[기고/임장혁]한국 물류산업 동반성장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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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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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혁 퀴네앤드나겔㈜ 이사
임장혁 퀴네앤드나겔㈜ 이사
통계청의 운수업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16만6746개 물류업체에서 연 75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해 대한민국 예산인 284조5000억 원의 24.6%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내 물류산업은 해마다 연평균 9%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고용창출은 물론 수출무역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대두된 대기업의 물류자회사 간 물류 일감 몰아주기와 반복되는 화물연대 총파업은 국내 물류산업의 경쟁력과 성장을 저하시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출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속한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들어선 정치권의 대선 공약 중 경제 분야를 살펴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앞서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4대 대기업들이 건설, 물류, 시스템 통합 등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자제하고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물류산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몸집 부풀리기 수단으로 물류자회사를 활용하는 것과는 달리 글로벌 기업들의 물류자회사 보유는 극히 제한적이다. 독일의 폴크스바겐로지스틱스는 폴크스바겐을 포함한 아우디, 벤틀리 등 7개 자동차 브랜드의 물류체계효율화, 내부거래 투명성, 경쟁력강화 등을 목표로 설립된 물류자회사이다. 유럽지역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생산물류와 판매물류를 총괄하고 있지만, 물류자회사 성장이 목표가 아닌 그룹 내 7개 브랜드의 물류효율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운송, 보관 등 직접적인 물류활동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글로벌 전자기업들도 물류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독일의 지멘스모빌리티는 도시교통체계, 교통시스템, 철도차량 등에 영역이 국한돼 있고 역시 실질적인 모든 물류활동은 전문 물류업체를 통해 수행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특히 독일에서 DHL과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첫째, 자회사 간 내부거래에 대한 독일 정부의 엄격한 공정거래법 적용이다. 둘째, 기업들은 자사의 주력사업에 중점 투자하는 한편 물류와 같은 비주력 부문은 과감하게 외주 혹은 물류업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

이는 단순히 물류기업에 일감을 주는 차원이 아니다. 물류기업 간 경쟁을 유도해 고객기업은 자사 물류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고, 물류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을 함으로써 궁극적인 상생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물류자회사에 일감는 몰아주는 것은 자회사의 외형 성장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물류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물류산업은 이미 고도화되고 전문화된 분야로 변모해 단순한 운송, 보관에서 벗어났다. 생산에서 폐기, 원자재에서 완성품에 이르는 전 생산 활동에서 주요한 분야로 거듭났고 물류기업들은 전략적이며 지속적인 경쟁력 배양이 요구되고 있다.

앞으로 국내 물류산업을 위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상생의 목적은 중소 물류기업들의 먹을거리를 보호하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국내 물류산업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시장 진출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대기업과의 장기적인 상생과 동반성장을 통해 차세대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 기반을 구축하고 수출무역의 또 다른 주역으로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 변화의 기로에 선 지금 차기 대권 후보들의 경제정책과 대기업들의 지각 있는 변화에 한국 물류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

임장혁 퀴네앤드나겔㈜ 이사
#물류산업#운수업#동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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