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해찬·박지원·새누리당이 안철수 키우는 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안 원장도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정치) 경험 부족은 단점이지만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정치 같은)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라고 썼다. 19대 국회 개원에 앞서 쇄신을 외쳤던 여야 정치인들이 여전히 특권을 지키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면 정치 경험과 구태(舊態)는 정비례하는 게 아닌가 싶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7월 임시국회 회기(8월 3일)가 끝나면 바로 다음 날에 8월 임시국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저축은행과 관련된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체포를 막기 위한 ‘방탄국회’다. 박 원내대표는 19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소환에 불응해놓고 3차 소환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지원을 받아 의원 불체포특권 뒤에 숨는 구태 정치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지난 총선 직후 “사람도, 정책도, 이름도 바꾸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오늘에 왔다”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변화를 위한 쇄신 노력을 국민이 바라는 수준까지 계속하겠다”고 다짐하더니 공수표를 날렸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국회 쇄신 1호로 결정했던 쇄신파 의원들은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을 앞장서 부결시켰고 정두언 출당론은 쑥 들어갔다. 대법관 임명안 처리가 지연되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놓고 야당과 씨름을 벌이는 것도 18대 국회와 달라진 게 없다. 안 원장이 지난해 김종인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게 “국회의원은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내게 의원부터 하라고) 권하느냐”고 말했던 그대로가 아닌가.

안 원장은 24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대선주자 양자구도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48.3% 대 45.2%로 앞섰다. 안 원장이 최근 자신의 국정 비전을 담은 책을 출간하고 방송의 예능 토크쇼에 출연한 덕을 본 측면도 있지만 안 원장의 고공 행진은 장기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 다자 구도에서도 전날보다 5.5%포인트 오른 28.2%로 박 의원(32%)을 바짝 따라붙은 반면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하락 추세다. 기성 정치에 몸을 담은 문 의원에 대해서도 별 기대를 갖지 않는 ‘실망 투매’의 느낌도 든다. 당리당략, 사리사욕 챙기기에 몰두하는 ‘낡은 정치’가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생짜 신인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사설#대선#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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