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소영]한방 노리는 주식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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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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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필자가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재무 경제학(투자론) 강의를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금융 투자를 하는지, 은행 증권사는 어떤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지 등을 관심 있게 살펴본 뒤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투자자들은 투자의 기본 정석과는 완전히 반대로 투자하고 있었고,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들도 정석을 무시한 채 금융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이런 경향은 아직도 상당 부분 지속되고 있다.

거의 모든 투자이론서에 나오는 주식 투자의 기본 정석 중 하나는 장기 분산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 주요국의 과거 30∼100년의 자료를 보면 분산 투자하는 경우의 주식 수익률이 채권(또는 정기예금) 수익률보다 연평균 3∼7%포인트 정도 높다. 연도별로는 채권 수익률이 주식 수익률을 상회할 수도 있고, 개별 주식의 경우 장기 투자를 하더라도 채권 수익률을 하회할 수 있지만(예를 들어 그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 오랜 기간 다양한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경우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다. 다양한 주식에 투자해 개별 기업의 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장기투자를 통해 연도별 수익률의 변동성을 평균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주식은 채권보다 더 위험하므로 평균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이 요구된다. 한국 자료의 경우 약간의 논란이 있지만, 최소한 2000년대 이후에는 이런 관계가 성립한다.

투자자들 단기차익 좇아 단타매매


하지만 실제로 한국의 주식 투자자들이 그렇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로는 한두 종류의 주식에 모든 돈을 건다. 장기적인 수익을 생각해 몇 년 이상 같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고, 단기 차익을 좇아 주식을 수시로 매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기회로 인식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단기적인 도박 또는 투기의 장으로 인식함에 기인한 듯하다.

사실 은행, 증권사와 금융 당국의 책임도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는 매입한 지 1년도 안 된 펀드나 주식을 매매하거나 다른 펀드, 주식으로 바꾸라는 권유를 한다. 아무리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펀드 판매, 주식 매매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다고 해도 금융 투자 고객 상담자의 상당수가 기본적인 투자 이론은 배웠을 텐데도 거의 모든 상담자가 한결같이 지속적으로 단기 매매를 권유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심지어 금융 당국조차 시장에 대한 각종 조치를 고려할 때 단기 차익 매매의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투기적인 단기 차익 매매가 아닌 장기 투자가 기업의 장기 실물 투자로 이어질 수 있고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경제 발전에 공헌하게 됨을 감안하면, 금융 당국은 적극적으로 단기 차익 매매보다 장기 보유를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볼 수 있다. 파생상품의 발달 과정을 고려해 보면 일반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기본적인 목적은 위험 헤지(hedge·손실 최소화)다. 하지만 최근 파생상품 시장 참여자의 대부분은 투기적인 주식 매매에도 만족할 수 없어서 레버리지를 이용해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하지만 더 위험한) 투기 목적의 매매를 하는 투자자들이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많은 투자자에게 힘입어 한국 파생상품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여 세계적인 수준에 달했다고 하나, 투기 목적의 매매가 대부분인 파생상품 시장 거래의 폭증이 경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 투자자들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파생결합상품(ELS, ELT, ELD, ELF 등)도 활성화되어 있다. 특히 몇 년 전부터 많이 판매되고 있는 유형은 주기적으로 기초 자산들의 가치를 평가하여 조기 상환이 가능한 형태의 상품들이다. 이러한 상품이 투자자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기초 자산이 폭락하는 예외적인 사건을 제외하고는 정기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 자산이 폭락하는 경우에는 그 폭락률만큼 혹은 그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된다. 파생상품을 이용하여 수익률의 하방 위험을 헤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투자 방법이라고 생각되나, 이러한 상품은 오히려 상방 수익률을 일정하게 제한하는 반면 하방 위험을 무한대로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한 상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투자자가 대부분의 금융 자산을 이러한 상품에 투자했는데 하방 위험이 실현되는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금융계도 장기투자 유도해야

최근 세계경제 여건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등락을 거듭하는 주식시장을 보면 주식을 더 매입해야 하는지, 매도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리고 투기적인 파생상품 투자에 임하는 것보다 정석적인 장기 투자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장기 투자는 기업과 경제의 건전한 장기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금융계와 금융 당국은 도박이 아닌 정석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계몽과 교육에 힘써야 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동아광장#김소영#주식#단타매매#장거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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