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흑색선전은 ‘타진요 허위’보다 엄벌해야

  • 동아일보

‘가수 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대 학력을 위조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인터넷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회원 3명에게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타진요 회원들의 행태는 공인(公人)에 대한 의혹 제기 차원을 넘어 병적(病的) 집착의 수준이었다. 근거도 없이 학력이 위조됐다는 의혹을 퍼뜨렸고 타블로 측이 학력을 증명하는 공적, 사적 자료를 공개했는데도 “위조된 것”이라며 역(逆)공세를 폈다. 타블로의 고소 후에는 수사기관이 스탠퍼드대, 주한 캐나다대사관, 미국교육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법정에서 증거로 제시했음에도 “가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인터넷 괴담꾼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추구한 것은 진실이 아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이에 대한 시샘과 증오의 표출이자, 군중심리를 등에 업고 유명인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려는 비열한 인신공격이었다. 악의적인 인터넷 댓글에 상처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희생자가 계속 나오는데도 사회적 악습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판결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익명성을 방패 삼아 허무맹랑한 괴담을 유포하고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면 명백한 사실조차 거짓과 조작으로 몰아붙이는 병리현상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타진요’ 회원 6명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정상이 참작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반면에 끝까지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은 회원들은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됐다. 객관적인 증거로 잘못이 드러났는데도 끝끝내 인정하지 않고 사과를 거부하는 데서도 이들의 악의(惡意)가 드러난다.

대선 총선 재·보선 지방선거 할 것 없이 선거 때마다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도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릴 우려가 크다. 인터넷과 SNS는 허위와 진실을 가려내는 문지기가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악의를 숨기고 그럴듯하게 포장된 허위의 메시지가 여과 과정 없이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간다.

하지만 인터넷과 SNS는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므로 사후에라도 허위사실의 진원지와 유포자를 추적해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신이 반대하는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만들어 퍼뜨리는 행위는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해 민의(民意)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타진요’의 허위사실 유포에 비할 바가 아니다. 흑색선전을 엄히 다스려야 하는 이유다.
#선거 흑색선전#타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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