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도엽]중동 이외 新시장 개척해 해외건설 1조달러 시대 앞당기자

  • 동아일보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최근 페루 수력발전소 건설용지 시찰 과정에서 우리 기업 전문가들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세계 경기침체를 뚫고 맹활약 중인 해외건설에서 날아든 비보에 업계는 물론 국민들도 비통한 마음이다. 해외건설 역사에는 우리 근로자들의 피와 땀의 세월이 오롯이 담겨있다.

자동차, 반도체, 해외건설 가운데 연간 수출액이나 수주액이 가장 큰 품목은 무엇일까? 정보기술(IT) 강국답게 반도체를 떠올리거나 최근 성장산업인 자동차를 손꼽기 쉽다. 그러나 정답은 해외건설이다. 2007년 이래로 해외건설은 수주규모에서 가장 앞서왔다. 작년 경우만 보더라도 상품 수출 1위인 선박이 566억 달러어치를 수출한 반면, 해외건설은 591억 달러를 수주했다.

외화를 벌기 위해 열사의 사막과 미지의 정글, 혹한의 오지로 달려간 해외건설이 1965년 5400만 달러짜리 공사에서 출발해 47년 만에 누적 수주액이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때로는 풍토병을 겪어가며, 때로는 전쟁과 납치의 위험을 무릅썼던 세월의 열정과 보람이 느껴져 벅찬 가슴을 가누기 어렵다.

근로자들의 노력과 희생을 바탕으로 해외건설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선진기술을 도입해 국내산업 국제화를 선도하는 등 특유의 역동성으로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 건설 산업은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국토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향상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성공신화를 만들어왔다. 우리가 건설한 해외 유수 프로젝트들은 해당 국가의 중요한 사회 인프라로, 산업시설로, 나아가 세계적인 건축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누적수주 5000억 달러 기록을 딛고 1조 달러 달성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체질개선과 접근방법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해외에서 개발도상국이나 중동 산유국의 건설수요 증가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반면, 중국 등 신흥 해외건설 강국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단순시공 위주 수주에서 투자개발사업 진출로 전환하는 일이다. 3월 중동국부펀드와 공동투자를 협의하기 위해 카타르를 방문했을 때, 펀드 운영자들이 우리 사업역량에 대해 다소 회의적 반응을 보였던 일이 기억난다. 결국 정부가 글로벌인프라펀드 조성이나 파키스탄 파트린드 수력발전과 같은 투자사례를 설명하고, 구체적 프로젝트를 제시하며 설득한 후에야 그들은 우리와 협력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해외시장에서는 시공사 금융조달 능력이 중요하다. 국제금융시장 전문지식을 갖춘 고급인력을 확보하고 중장기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능력을 키워가야 한다.

또 하나, 중동 이외의 신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중동에 집중된 수주는 해당 지역의 정세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우리 기업 간의 과당경쟁으로 수익성 악화 원인이 되기도 한다. 45억 달러의 브라질 제철소 사업, 20억 달러의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사업 등 최근 신시장이라 할 수 있는 중남미에서 수주 낭보가 자주 들려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신시장 개척에는 정부 간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의 가파른 성장세를 고려하면 해외건설 1조 달러 시대는 금세 다가올 듯 보인다. 다만, 각국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현재의 추세를 계속 유지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칫 성공에 안주하다 보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 약육강식의 국제시장이다.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블루오션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해외건설 1조 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핵심전략이 될 것이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기고#권도엽#건설#해외 건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