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자 협박犯 반드시 찾아내 엄벌해야

  • 동아일보

‘밤길 조심해라’ ‘자식 잘 챙겨라’ ‘두고 보자, 쥐도 새도 모르게’…. 보건복지부 박모 보험정책과장의 휴대전화에 최근 쏟아진 문자메시지다. 포괄수가제 실무자인 박 과장은 지난주 방송에 출연해 “(의사들이) 수술 거부 카드를 꺼낸 것은 의사 직무를 포기한 것이다. 의사협회 집행부는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 130여 건의 협박 문자와 전화 공세에 시달리다 못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의사협회와 개원의사회는 ‘진료비 정찰제’ 개념인 포괄수가제가 7월부터 확대 실시되는 데 반발해 일부 수술의 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

박 과장은 “내 휴대전화 번호가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공개된 직후 문자 공격이 시작됐다”며 의사들이 협박 문자를 보낸 것으로 추정했다. 이 사이트에는 박 과장 가족의 신상을 들추거나 그에게 항의 문자를 보내라는 제안이 계속 올라왔다. 포괄수가제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일부 의사와 교수에게도 협박 메시지가 빗발쳤다. 경찰은 발신자를 끝까지 추적해 익명 뒤에 숨은 협박범을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

만약 의사들이 그런 행동을 했다면 자질과 도덕성이 실망스럽다. 의사는 오랜 기간 많은 공부를 하고 지식을 익힌 사람이다. 사람의 생명을 돌보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이들이 악덕 사채업자나 조직폭력배처럼 남의 가족까지 들먹이며 협박했다면 용서받을 수 없다. 수술 거부로 환자들이 겪어야 할 불편과 고통을 외면하고 합리적 토론을 거부한 채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문자 테러’를 했다면 국민의 공적(公敵)을 자처한 셈이다. 포괄수가제 확대는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일단 제도를 시행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해 가도 늦지 않다. 보건복지부도 그동안 진정성을 갖고 의사단체와 소통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정 집단이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책 입안자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을 협박하거나 위협하는 사례는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모든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 설득과 양보, 절충과 보완을 거듭하며 차선책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소비자의 권익이다. 집단이기주의에 함몰돼 타협을 굴복으로, 반대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천박한 사회 풍토는 모두를 패자(敗者)로 만든다.
#사설#문자 협박#포괄수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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