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13>광기를 통한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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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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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제작된 흑백영화 ‘돈키호테’. 동아일보DB
1950년대 제작된 흑백영화 ‘돈키호테’. 동아일보DB
광기는 이성의 시대가 요구하는 근거와 증명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를 말한다. 이는 애매모호함을 넘어 ‘착란’이라 부를 수 있는 상태까지 도달하게 된다. 따라서 광기는 질병으로 분류돼 치료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에서 광기는 주어진 국면의 마지막 틀을 깨고 다음 국면으로 나가게 하는 ‘뒤집기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기억에 가장 유쾌하게 남은 광인이 바로 돈키호테이다. 중세의 암흑기가 막바지로 향해가던 17세기에 집필된 이 작품은 ‘광기’를 전면에 등장시켰다. 후대의 평가는 이 작품을 단순한 풍자소설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광기의 역사’를 집필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돈키호테를 ‘최초의 근대인’이라고 명했고, 프랑스의 비평가 알베르 티보데는 ‘진정으로 인간을 그린 최초 및 최고의 소설’이라고 격찬했다. 결국 깊은 침묵 속에서 중세의 암흑을 견뎌야 했던 사람들은 돈키호테의 광기를 통해 억압적인 틀에서 솟아나 근대로 가는 비상구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제정신’만 가지고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고 용기를 내기에 역부족이다. 광인을 감금하기 위한 정신병원이 이 시기에 생겨난 것은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막기 위한 중세의 마지막 몸부림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돈키호테의 광기가 중세 암흑기의 틀을 넘어서려는 노력이라면, 지금 우리가 재발견하고 투자해야 할 광기는 이성의 시대를 넘어 창의성의 시대로 진일보하려는 노력이 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한 직원이 지은 ‘미친 사람들을 위해 바치네’라는 시를 무척 좋아했다. “미친 사람들에게 축배를 들자. 매개자, 반역자, 말썽꾸러기. 사람에 따라서는 그들을 미쳤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들을 천재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광기가 세상과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불광불급(不狂不及)’을 이야기했다. 광기라는 막판 뒤집기의 힘이 없으면 ‘저 높은 단계’로 진입할 수 없다. 이제껏 배제되고 감추어져왔던 ‘광기’를 다시 끌어내보자. 그곳에 자신을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게 하는 추동력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이남훈 경제경영 전문작가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투자#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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