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묻지 마 연대’로 정권만 잡겠다는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2일 03시 00분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함께 연합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밝혔다. 올해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안 원장과 야권후보 단일화를 하는 단계를 넘어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처럼 함께 선거운동에 나서고 당선된 이후에는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나눠 맡자는 제안이다.

이번 발언은 안 원장과 합치지 않고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7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리서치앤리서치와 함께 예상한 대선주자 득표율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35%, 안 원장 29%, 문 고문 17%였다. 이대로라면 문 고문은 안 원장을 업고 나오거나, 주저앉히지 않고서는 승리를 내다보기 힘들다. 문 고문은 안 원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신이 국무총리를 맡고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손발’이 돼 정부를 구성하는 체제를 구상하고 있을지 모른다.

문 고문이 ‘이해찬 당대표, 박지원 원내대표’라는 밀실 합의에 숟가락을 걸친 것은 자신이 대통령후보가 되는 큰 그림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문 고문은 4·11총선 때 연고지 부산 지역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해 대통령후보로서 동력이 떨어졌다. DJP연합은 호남과 충청 지역이 힘을 합친 지역연대 사례이지만 ‘안철수 대통령, 문재인 총리’ 구도는 두 사람이 같은 부산 경남 출신이어서 지역연대 효과는 얻을 수 없다. 문 고문의 제안은 개인적인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성사시킨 뒤 ‘MB 심판’만 앞세우다가 총선에서 패배했다. 연대 파트너인 통진당이 최근 도덕성과 종북주의 문제로 휘청대는 상황인데도 민주당은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패배 이후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자기 쇄신의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정책적 혼선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대목이다. 민주당이 안 원장만 영입하면 집권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국민 수준을 너무 낮춰 본 것이다.

안 원장 측은 “안 원장은 특정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겠다고 했는데 문 고문의 제안은 야권 내부의 지분 나눠먹기로 비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아직 논의할 이슈가 아니라고 비켜 갔다. 안 원장이 대선 출마 의사가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검증 무대에 올라서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사설#문재인#안철수#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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