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인 논문 표절, 문대성만 치고 나면 그만인가

  • 동아일보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가 어제 “새누리당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의 박사학위 논문 상당부분이 표절된 것으로 판정했다”고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 당선자는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 “저로 인해 정치 불신이 증폭되거나 새누리당의 쇄신과 정권재창출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인 그가 박사학위와 교수직을 위해 스포츠맨십을 헌신짝 취급하다니 그 끝없는 욕망과 인간적 나약함이 무섭고도 슬프다.

그의 논문을 분석한 학술단체협의회는 총선 전인 1일 “후보 사퇴뿐 아니라 동아대 교수직도 내놓고 국민대 역시 학위논문자격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술단체협의회가 강력한 제재를 요구할 만큼 문 당선자의 표절은 심각한 수준이다. 절반 이상이 다른 교수가 발표한 논문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영문 초록은 오타까지 똑같다. 과연 어디서 어디까지를 문 당선자가 썼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대학들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가 허술하게 진행되는 것도 문제다. 국민대는 2006년 김병준 당시 교육부총리가 국민대 교수 시절에 논문을 표절했던 사실이 드러나 수모를 당했다. 김 전 부총리가 “그게 무슨 문제냐”며 열흘이상 버티다 결국 사퇴한 뒤 교육인적자원부는 각 대학에 ‘연구 윤리 확보 및 진실성 검증을 위한 규정’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이 같은 소동을 치른 다음 해인 2007년 국민대는 또 문 씨의 박사논문 표절을 걸러내지 못했다. 학계의 풍토가 원래 그런 건지 답답하다.

19대 의원 당선자 중 대학원 졸업 이상 학력을 지닌 129명(비례대표 제외)의 학위논문을 점검해 표절 여부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새누리당 정우택, 민주통합당 정세균 당선자도 남의 논문을 무단 전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의 표절 논문이 드러날 때마다 진위 공방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일괄 검증함으로써 소모적인 정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헝가리의 슈미트 팔 대통령은 20년 전에 썼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나 2일 사퇴했다. “내 문제가 통합 아닌 분열의 상징이 된 상황에서는 물러나는 게 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말에 여야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쳤다.
#사설#문대성#논문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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