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FTA 효과 소비자에게 돌려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7일 03시 00분


공정거래위원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유럽연합(EU) FTA의 가격인하 효과를 점검한 결과 상당수 품목의 소비자가격이 관세 인하에도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스 원액에 대한 50% 안팎의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 미국산 오렌지주스와 포도주스의 가격이 한미 FTA 발효 후에도 변동이 없다가 공정위가 현장 조사에 나서자 관련 업체가 부랴부랴 가격을 인하했다. 8%의 관세가 완전 철폐된 브라운 전동칫솔, 휘슬러 프라이팬의 가격도 그대로였다. 한-칠레 FTA에도 불구하고 와인 값이 내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지자 일부 와인 수입업체가 10% 정도 값을 내리기도 했지만 대다수 수입업체는 모른 체하고 있다.

FTA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열심히 FTA를 체결했으나 수입 업체들 배만 불려주는 격인데 이런 식이라면 누구를 위해 그 힘든 협상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FTA 체결 이후에도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 것은 소비자가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가격이 비싼 유럽제 핸드백과 양주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돼 한-EU FTA 발효 이후에도 수입업체들은 가격경쟁을 할 이유가 별로 없다. 고가 제품일수록 오히려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으며 수입업체는 부풀려진 가격을 고스란히 챙기고 있다.

FTA 체결은 일부 산업 분야가 받게 되는 불이익이나 피해를 감수하면서 전체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또 수출업체에 시장을 넓혀주는 등 국제 분업시스템을 활용해 전체 국가경제의 생산성을 높여 국민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국내 소비자 후생이 증진되지 않는다면 힘들여 FTA에 나설 이유가 크게 줄어든다.

공정위는 관세가 인하된 품목들의 유통구조를 분석해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 이유를 공개하고 공급업체의 불공정 행위가 드러날 경우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FTA 효과를 최대한 소비자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유통산업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물가를 담당하는 재정경제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수입가격과 소비자가격의 차이가 큰 품목을 그때그때 소비자에게 상세히 알려줄 의무가 있다. 수입업체의 횡포에 공동 대응하는 등 소비자의 목소리도 더 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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