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이마트는 전남 영광군 법성면 청보리 목장과 위탁영농 계약을 맺고 한우 2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마트가 송아지값과 사료값, 전기료, 기름값, 깔개 비용 등을 대준 뒤 목장이 친환경 농법으로 키워 도축한 쇠고기를 가져다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마트는 2010년 300마리, 지난해 500마리를 같은 방식으로 키워 안정적으로 쇠고기를 확보하고 시중보다 싼 값에 공급했다. 목장은 이마트 측으로부터 소를 키운 삯을 받는 방식이어서 소값 폭락의 충격을 직접 받지 않고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소 사육 농민과 소비자, 유통업체가 윈윈 하는 모델이다.
기업과 농민이 손을 잡는 위탁영농은 농산물 가격과 생산 경비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시장에서 농민의 위험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소 사육 농가는 약 10년 주기로 반복되는 소값 파동 때마다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 변상규 이마트 한우바이어는 “앞으로 사육 관리를 잘하는 목장을 더 확보해 가격 변동에 신경 쓰지 않고 주특기인 소 키우는 일에 전념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로서는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축산 농가를 선호하므로 소규모 축산 농가들은 조합을 만들어 품질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위탁영농을 잘 활용하면 축산의 과학화, 규모화를 이룰 수 있다.
이마트 한우바이어들은 쇠고기의 유통 단계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충북 음성군 축산물공판장에서 경매에 참가하고 있다. 내장 등을 제외한 지육(枝肉)을 매입해 직접 가공함으로써 판매 가격을 낮췄다. 이마트는 위탁영농과 유통단계 감축 방식으로 들여오는 쇠고기 비중을 현재 20%에서 30%까지 높일 예정이다. 이러한 위탁영농 방식이 확산되면 생산 현장에서 소값 폭락으로 한숨짓는 농민과 여전히 비싼 쇠고기값에 푸념하는 소비자를 함께 위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농촌에는 가격 폭락으로 배추를 수확하지 않은 경작지들이 널려 있다. 배춧값이 한 해 폭등하면 다음 해에는 폭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위탁영농을 이런 품목들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번 소값 파동은 공급과잉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육 마릿수를 늘린 축산농가와 일관성 없이 사육 지원 방안을 밀어붙인 정부의 합작품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유야 어떻든 농가의 피해가 발생하면 세금으로 지원해 덮고 넘어가려고 든다. 이런 미봉책으론 안 된다. 기획재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피해 보상을 위한 재정지원액을 24조1000억 원으로 2조 원 늘렸다. 이런 돈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등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