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全大 돈봉투’ 야당은 수사의뢰조차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은 한나라당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민주통합당에서도 관행처럼 있었던 일이라는 내부 증언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오로지 한나라당을 겨냥해 “만사가 돈이면 다 되는 ‘만사돈통’ 정당” “차떼기당의 본색을 버리지 못하고 뼛속까지 썩은 정당”이라고 공격하는 데 열을 올린다.

보도에 따르면 2010년 5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때 어떤 후보는 의원들에게 100만∼300만 원씩을 돌렸고, 어떤 후보는 여성 의원 몇 명에게 명품 핸드백을 선물했다고 한다. 2010년 10월 지도부 경선 전당대회 때는 5만 원짜리 지폐를 감은 와인을 일부 대의원에게 돌린 후보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을 의결하기 위한 전당대회 때는 손학규 당시 대표 측이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영남 지역위원장들에게 버스 전세비로 150만 원씩을 건넸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공개적으로 “금품 살포를 목격한 바도, 경험한 바도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열린우리당 경기도지부장과 상임중앙위원, 국회의원을 지냈고 전당대회 경선에 나선 적이 있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때의 얘기로 추정된다. 심지어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 ‘1·15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금품 살포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판국이다.

전당대회의 비리 수준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별 차이가 없다. 말의 영향력 면에서 고승덕 의원을 능가하는 유시민 대표의 실명 고백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비난할 뿐 자신들의 일에 대해서는 수사의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한나라당보다 더 부패한 세력임을 스스로 선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은 고 의원의 폭로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사흘 만인 어제 고 의원은 참고인으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돈 살포에 대한 다른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한나라당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환부(患部)를 완전히 도려내고 거듭나야 한다. ‘낡은 정치와의 결별’을 위해 당 차원의 대(對)국민 사과와 인적 쇄신,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그 결과를 보면서 한나라당이 진실로 달라졌는지, 달라진 시늉만 하는지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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