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쇄신·통합극’에 내팽개쳐진 국가 예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9일 03시 00분


내년도 국가 살림살이를 돌보는 데 쓰일 예산이 헌법에 정해진 법정처리 기한(12월 2일)을 17일이나 지나도록 확정되지 않고 있다. 국회가 예산안 처리 기한을 어기기는 2003년부터 연속 9년째로 헌법 조문을 사실상 사문화(死文化)하고 있다. 국회가 예산안을 제때 의결하지 못하면 국정 운영 및 민생 돌보기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국회는 내년에도 경제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민생 복지 예산을 더욱 꼼꼼히 챙겨야 한다. 하지만 여야는 올해도 마지막 날에 가서야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 예산이나 끼워 넣으며 심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예산안을 처리할 공산이 크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국민 세금인 정부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를 꼼꼼히 따지고 결정하는 심의 의결권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주권을 구현한다. 예산안 심의를 소홀히 하는 것은 국회에 부여된 권한이자 의무를 내팽개치는 것과 다름없다.

여야 공히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한나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사건 여파로 지도부가 와해됐다. 박근혜 전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곧 등장하겠지만 예산안 처리를 생각할 경황이 없어 보인다. 야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에 반발해 장외 투쟁에 나섰다가 지금은 야권통합에 매달려 있다.

민주당은 14일 의원총회에서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 등 8가지를 등원 조건으로 내걸었다. 어떤 국정현안도 예산안 심의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 여야가 민생에 긴요한 예산안 심의를 방치하면서 말로만 민생 정당을 자처하는 건 참으로 국민을 우습게 아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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