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선동 최루탄’ 보고 불출마 결심한 정장선 의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민주당 정장선 의원(경기 평택을)이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합의 처리를 위해 끝까지 뛰어다녔지만 결국 단독 처리되고 최루탄까지 터졌다”며 “3선이나 했는데 아무런 역할과 기여를 하지 못해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현실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정 의원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당 조직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한미 FTA 비준 반대라는 당론에 맞서 여야 합의 처리가 꼭 필요하다고 보고 적극 앞장섰다. 정 의원이 계속 한미 FTA 합의 처리를 주장하자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그를 ‘사쿠라’로 매도했다. 정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사태를 지켜본 뒤 “이렇게 정치를 해서 뭐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을 맡으면서 지경위를 고성과 파행, 정쟁이 없는 ‘3무(無) 우수 상임위’로 이끌었다.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이 여야 갈등을 녹여내고 대화하는 국회상(像)을 일궈낸 밑바탕이었다. 이번 불출마 선언은 그의 합리적 포용과 대화의 리더십이 현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국회 최루탄 사건의 장본인인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통합진보당 원내부대표까지 맡아 의기양양해 보인다. 검찰이 최루탄 사건과 관련해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김 의원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좌파 성향 누리꾼들이 ‘국민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는 분위기에 고무돼 버티기로 나올 듯하다. 한미 FTA 같은 국익이 걸린 현안의 합의 처리를 위해 고심하던 의원보다 국회를 모독한 의원이 더 큰소리를 치는 것은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내쫓는 형국이다.

우리 국회의 수준을 꼬집는 ‘우·국·수’라는 조어(造語)가 있다. 우리 국회를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야만 국회로 만드는 데 앞장선 의원들은 ‘우리 국회의 수치’를 넘어 ‘우리 국민의 수치’ ‘우리 국가의 수치(우·국·수)’다. 정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우·국·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우리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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