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생활 동영상 유포는 인격살인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유명 방송인 A 씨로 추정되는 여성의 유사 성행위를 담은 2분 52초짜리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인터넷에 한때 자살설이 돌기도 했지만 A 씨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이 동영상은 A 씨의 전 남자친구가 보복 차원에서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생활의 비밀을 담은 동영상 유포는 무서운 인격살인이자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다.

SNS의 전파력과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A 씨의 동영상이 4일 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지 하루도 안돼 트위터와 블로그를 타고 들불처럼 번졌다. 과거에도 ‘O양 비디오’ 사건이 있었지만 기술 발전이 지금처럼 안 된 시절이라 파급력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정보통신 기술 발전과 촘촘히 짜인 네트워크 덕분에 지금은 빛의 속도로 확산이 이루어진다. 클릭 한 번으로 원본이 손상 없이 무한 복제된다. SNS에 흔한 ‘야동’에 길들여져서인지 죄의식도 희박해졌다.

A 씨가 유포자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한 만큼 경찰은 관련자를 찾아내 법에 따라 엄단해야 한다. A 씨의 전 남자친구는 한국 국적이 아니고 미국에 체류 중이어서 수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해 해외에서 동영상을 올리는 수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죄질이 아주 나쁘다. 보통 사람에게도 사생활의 비밀이 중요하듯이 유명인에게도 보호해줘야 할 사적인 공간이 있다. 가장 은밀한 사생활인 성행위를 공개한 것은 한 여성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짓이나 다름없다.

헌법 제17조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인터넷 동영상을 이용한 사생활 폭로에 대한 처벌을 무겁게 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도 인터넷과 디지털 시대에 사생활 동영상의 제작과 보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홍콩 배우 천관시가 사귀었던 여배우들의 성행위를 사진으로 촬영해 노트북에 보관했다가 2006년 컴퓨터 수리공이 훔쳐 유포하는 바람에 전 세계로 퍼져나간 적이 있다.

어느 사회, 어느 시대나 관음증(觀淫症)은 존재한다. 포르노그래피가 팔리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본능의 영역인 관음증을 윤리 도덕 차원에서 없애라고 해봐야 잘 통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생활에 관한 동영상 게재와 유포를 가볍게 여기는 풍조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은 강력한 처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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