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서장 폭행 시위대’ 앞줄의 손학규 정동영 이정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8일 03시 00분


26일 밤 박건찬 서울종로경찰서장이 광화문 한복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대에게 폭행당했다. 무기력한 대한민국 공권력의 현주소와 법을 우습게 아는 ‘시위꾼’들의 폭력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박 서장은 시위대열에 있던 야당 대표들을 면담하러 다가가다 100여 명의 시위대에 둘러싸여 얼굴을 주먹으로 맞고 발길질을 당했다. 시위대는 박 서장의 계급장을 뜯어냈으며 정모(正帽)를 벗기고 머리채를 잡았다.

시위대는 정복을 입고 불법집회 자제를 요청하러 가던 경찰 간부를 표적 삼아 집단폭행했다. 시위를 주도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이날 정당연설회를 열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정당 활동과 무관한 비(非)당원이 대다수인 시위대가 ‘명박퇴진 비준무효’를 외쳤다. 미신고 불법집회였다. 시위대는 광화문광장 앞 도로를 불법 점거해 극심한 교통 혼잡을 유발했고 늦은 밤 이들이 떠난 거리엔 술병과 음식물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반(反)FTA 시위대의 불법·폭력행위는 정치권이 유도한 측면이 크다. 민주당은 22일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이후 범국본이 주도한 집회에 연일 참가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박 서장이 폭행당하던 순간에도 시위대의 맨 앞줄엔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서 있었다. 정 위원은 19일 반FTA 집회에서 “국회 담장을 에워싸 달라”며 촛불시위를 촉구했다. 반FTA 시위대는 10일에도 국회 앞에서 불법시위를 벌이다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전모 경위를 집단폭행했다. 민노당 당직자가 폭행에 연루돼 체포됐다.

반FTA 세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폭력’도 도를 넘어섰다. 트위터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주소를 올리고 ‘오물 투척’을 선동하는가 하면 한나라당 지도부의 휴대전화 번호를 퍼뜨린 뒤 욕설 전화를 하라고 부추긴다.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의원을 ‘열사’로 치켜세우는 전도된 가치관을 보여줬다.

한미 FTA를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본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47%, 부정적 평가가 41%로 나타났다. 내 의견과 다른 의견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매국노로 규정하고 집단폭력을 가하는 풍토에서는 숙의(熟議)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

3년 전 전문 시위꾼들이 선동한 광우병 촛불시위가 온 나라를 갈등과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기억이 새롭다. 한미 FTA를 빌미로 광우병 촛불시위의 재판(再版)을 연출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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