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자폐 정치인들 질타하는 송영길 노무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9일 03시 00분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은 “민주당이 민주당 정권에서 추진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안 하려고 핑계를 찾거나 다른 조건을 거는 방식은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른 입장을 취하면 안 된다. (한미 FTA는) 개방, 통상정책에 관한 논쟁이지 선과 악의 논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두 자치단체장의 발언은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조항을 핑계 삼아 사실상 한미 FTA 반대 당론을 정한 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들의 비판에 대해 “유감이다. 젊은 자치단체장들이 한미 FTA의 본질을 꿰뚫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를 일본에 대한제국의 국권을 넘긴 을사늑약과 같다고 보는 것이 본질을 꿰뚫는 인식인가. 그는 한발 더 나가 ISD 조항 폐기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한미 FTA 비준을 결사 저지하자는 연판장을 돌려 의원 46명의 서명을 받았다. 필요하면 육탄 저지를 불사하겠다는 얘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이런 강경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다. 끝내 한나라당의 표결 강행을 유도해서 ‘날치기’로 몰아붙이려는 비겁한 전술이다.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한미 FTA 반대를 연결고리로 하는 야권통합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ISD 재협상 운운하는 것도 끝없이 내놓고 있는 핑계의 하나일 뿐이다. 과거에는 한미 FTA를 찬성하다 요즘 180도 뒤집은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상식과 이성의 소리와 담을 쌓고 ‘자폐(自閉)’ 정치인의 길을 가는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이나 퇴임 이후에도 한미 FTA에 반발한 진보좌파 진영을 향해 “개방 문제와 관련해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이 사실로 증명된 것은 없다” “FTA를 매국이라고 하는데 이념이 아닌 먹고 사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지금 들어봐도 설득력 있는 얘기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한미 FTA를 지지했다. 민주당은 두 전직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한다며 사진을 당 대표실 등에 걸어놓았다. 당 지도부가 송 시장과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당사에 걸린 두 대통령의 사진부터 내려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국민이 민주당에도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은 합리성과 거리가 먼 억지와 무책임성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강경파들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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