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북한은 평양 만수대 지구에 3000채 규모의 고층아파트 단지와 극장,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당과 내각은 공사구간을 할당해 서로 더 높은 건물을 올리는 경쟁을 시키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공사에 강제 동원된 대학생의 사망사고가 속출해 200명이 숨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의 건설현장에서는 중장비 기사 말고는 사람을 구경하기 힘들다. 첨단 중장비들이 무겁고 위험하고 힘든 일을 도맡는다. 이와 달리 북한의 토목건설 현장은 많은 인부를 동원한 노동집약 방식이다. 도로 공사에도 불도저 굴착기 같은 중장비는 찾아볼 수 없고 삽과 망치를 든 군인과 대학생들이 나선다. 위험한 공사를 사람의 손으로 하면서 무리한 속도경쟁까지 벌이고 있으니 애초부터 안전은 뒷전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14분에 살림집 한 채가 조립되는 기적적 성과를 이뤘다”며 눈부신 발전 속도의 대명사가 ‘평양속도’라고 자랑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편에선 공사용 자재 등을 상납한 대학생을 동원 면제해 주는 부패가 횡행한다. 김 씨 왕조의 업적이라고 치켜세울 공사를 하다 희생된 젊은이들의 원혼(원魂)이 구천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선택받은 특권층 사람들이 사는 평양과 다른 지방의 차별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조명등이 속속 들어서는 평양의 백화점에는 아르마니, 샤넬 같은 명품코너가 생겼다. 러시아에서 지원한 식량 5만 t 중 4만 t은 300만 평양 시민에게 특별 배급됐다. 반면 2000만 지방 주민은 한 집에 2, 3가구가 끼어 살며 하루에 1∼4시간 공급되는 전력에 의존하는 곤궁한 삶을 살고 있다. 성난 인민들이 들고 일어나면 김정일 김정은 부자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독재자들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을 날이 올 것이다.
북한이 느닷없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 전직 국가수반들의 모임인 ‘엘더스(The Elders)’그룹을 통해 내년 1월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는 뜻을 비쳤다. 북한이 진정 대화를 원한다면 비핵화 약속을 실천하고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북한은 새로운 역사의 흐름을 외면하지 말고 중국과 같은 개방개혁을 통해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시간은 김정일 정권 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