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의 ‘지역구도 깨기’ 공천 행보 주목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민주당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진들의 호남 물갈이와 영남권 출마로 공천 쇄신을 가시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호남에서 내리 네 번 당선한 정세균 최고위원이 일찌감치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호남 출신 3선인 김효석 의원은 어제 수도권 출마를 전격 발표했다. 호남 출신 4선을 지낸 장영달 전 의원은 외가가 있는 경남 함안에서 출마하겠다고 했다. 수도권 재선인 김영춘 최고위원은 고향인 부산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수도권 3선인 김부겸 의원은 대구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정치생명은 지역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남은 민주당 의원들에겐 안전지대다. 이런 텃밭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영남은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에겐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곳이다. 당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지역에 출마한다는 것은 뚜렷한 정치적 신념이나 정치생명을 거는 용기가 없이는 어렵다.

속사정을 뜯어보면 나름의 이유가 없지 않다. 정세균 최고위원의 호남 지역구 불출마 선언은 당 대표 시절이던 2009년 4월 정동영 씨의 전주 덕진 재선거 공천을 배제하기 위한 명분의 성격이 강했다. 김효석 의원과 장영달 전 의원은 지역구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김부겸 의원이나 김영춘 최고위원 정도만 지역구도 타파라는 정치적 명분에 충실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변화를 위한 모색을 평가하는 데 인색할 필요는 없다.

한나라당에서는 서울이 지역구인 원희룡 최고위원만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한나라당에는 영남에서만 3선 이상인 의원이 수두룩하다. 이들 가운데 인재 영입의 물꼬를 트고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명분으로 자신의 지역구를 버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내년 총선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영남권 의원들이 지역구 수성(守城)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그런 웰빙 체질로는 민주당과의 정치적 명분 싸움에서 이기기 어렵다. 총선과 대선의 돌파구 마련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 총선은 공천 개혁에서 여야의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상향식 공천이든 전략 공천이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참신한 인물을 많이 선보여야 한다. 민주당이 먼저 지역구도 깨기에 시동을 걸었다. 다음 차례로 한나라당의 영남권 물갈이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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