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황금평 개발, 중국의 개혁개방 흉내라도 내라

  • 동아일보

북한과 중국이 압록강 하구의 황금평 공동개발 사업 착공식을 어제 가졌다. 행사의 공식 명칭은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조중(朝中) 공동개발 공동관리대상 착공식’으로 황금평에 이어 위화도까지 공동개발할 계획이다.

황금평은 11.45km² 크기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배에 이른다. 비옥한 농경지가 많아 섬 전체를 개발할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은 정보산업 관광문화산업 현대시설농업 가공업 등 4대 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북-중은 최근 나진·선봉 경제특구 공동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은 추가로 건설될 부두에 대한 독점사용권을 중국에 50년간 부여했다. 중국은 창춘(長春) 지린(吉林) 투먼(圖們)을 2020년까지 경제벨트로 잇는 ‘창·지·투 개발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시각에서 보면 나진·선봉과 황금평도 이 개발계획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일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뒤 “약동하는 중국의 발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금평 개발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따라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면 북한 주민을 위해 고무적인 변화지만 북-중 공동개발은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속단하기 어렵다. 현재의 북-중 경협은 북한의 부존자원을 중국에 내다파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북한 수출의 42%가 무연탄 철광석 등 광물 자원이다. 중국의 대북(對北) 투자의 70%는 지하자원 개발에 몰린다.

북-중은 개성공단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주도한 개성공단은 현재 4만 명이 넘는 북한 주민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북한 주민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다. 북-중 경협도 주민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북한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예속돼 동북 4성(省)이 되는 것 아니냐며 북-중 경협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황금평과 나진·선봉지구 공동개발 정도로 북한이 동북 4성으로 전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에서 개혁개방과 경제발전이 이뤄지면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흉내라도 내다 보면 북한의 통치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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