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은 백마 탄 왕자가 자신을 남루한 현실에서 구원해주는 신데렐라 꿈을 한 번쯤 꾸어본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결혼한 캐서린(케이트 미들턴)은 ‘현대판 신데렐라’의 꿈을 이룬 주인공이다. 캐서린의 아버지가 완구회사를 운영하는 백만장자이고 어머니가 윌리엄 왕세손에게 딸을 접근시키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짰다는 증언도 나온다. 아무리 그렇대도 캐서린에게 그녀만의 매력이 없었다면 왕세손이 끌리진 않았을 것이다.
▷캐서린은 여러 면에서 다이애나비와 비교된다. 귀족의 후손으로 유치원 보모를 하다 졸지에 왕세자비가 된 다이애나와는 달리 캐서린은 왕가의 며느리로는 처음으로 결혼 전에 왕세손과 동거했다. 왕세손이 오랜 기간 청혼하지 않아도, 서로 결별했을 때도, 파파라치의 집요한 공세도 ‘쿨’하게 견뎌냈다. 그녀에게 구박 받는 신데렐라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 않다. 왕자라는 신분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한 태도와 자신감이 오히려 그녀에게 신데렐라가 될 기회를 제공한 것 같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오래전 이집트 그리스 설화에도 등장할 만큼 여러 버전이 있지만 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의 1697년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미국 여성 언론인 콜레트 다울링은 자신의 능력과 인격으로 자립할 자신이 없는 여성이 일시에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켜 줄 왕자와 같은 사람의 출현을 기다리는 심리를 ‘신데렐라 콤플렉스’라고 정의했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우리 속담도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반영한다. 많은 드라마가 재벌가 자제와 사랑에 빠지는 미천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걸 보면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여전히 작동 중이다.
▷윤혜원의 소설 ‘신데렐라, 그 이후’는 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는 과연 행복했을까를 화두로 내용을 전개한다. 소설은 자신을 삶의 주체로 생각하는 여성이라야 남자도 만날 수 있다고 설파한다. 영국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1000명의 여성에게 ‘캐서린을 얼마나 부러워하느냐’고 물어본 결과 86%가 전혀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다수가 결혼식 이후 캐서린의 삶이 무기력하게 바뀔 것이라고 응답했다. 다이애나가 남편과 이혼한 뒤 교통사고로 사망한 걸 보더라도 신데렐라와 행복이 동의어(同義語)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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