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삼성 세무조사

  • Array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노무현 정부 말엽인 2007년 7월 국세청은 11년 만에 삼성전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삼성전자는 2002년과 2004년 금탑 산업훈장을 받아 1996년 이후 정기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받았다. 2007년 3, 4월에는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현대·기아자동차그룹 6개 계열사가 특별 세무조사를 당했다. 국내 1, 2위 그룹 세무조사는 그해 말 대선을 앞두고 ‘재계 군기잡기’까지 감안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세무조사는 동아일보 특종보도로 공개될 때까지 해당 기업에서도 극소수 임직원만 알 만큼 은밀히 진행됐다.

▷세무조사 주기(週期)가 모호하고 유예조항도 많다 보니 세무조사의 객관성과 예측성에 대한 불신이 컸다. ‘표적 조사’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연간 매출액 5000억 원 이상 대기업은 4년마다, 그보다 소규모 기업은 5년 안에 정기 세무조사를 시행하겠다고 2009년 8월 발표했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중공업과 호텔신라가 이달 4일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2월에 시작된 삼성물산 세무조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달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흡족하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과 연결짓는 시각이 있다. 삼성 측은 “계열사가 71개나 되는 삼성에서 몇몇 회사가 같은 시기에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국세청도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삼성 손보기 세무조사’ 의혹을 일축했다.

▷삼성 3개 계열사는 새로운 조사 주기에 따라 정기 세무조사를 받을 때가 됐다. 조사 주체도 특별조사를 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아니라 정기 법인세 조사를 담당하는 조사1국과 2국이다. “정기 세무조사”라는 삼성과 국세청의 설명을 뒤덮을 근거는 약하지만 시점이 시점인지라 액면 그대로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정기 세무조사라도 조사 시기와 국세청의 판단에 따라 사실상 특별 세무조사 성격으로 옮겨갈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삼성 세무조사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 것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