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오율]반짝효과만 내는 ‘호랑이 엄마’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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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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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율 호주 그리피스대 석좌교수 호주 한국학연구소 소장
권오율 호주 그리피스대 석좌교수 호주 한국학연구소 소장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왜 중국인 엄마들이 우월한가’라는 기고문을 게재한 후 세계가 소란하다. 중국계(한국 일본 등 동양계 포함) 어머니들이 ‘호랑이 엄마’로 군림하며 가정에서 중국 전통방식으로 자녀들을 엄격하게 교육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주장 때문이다. 나는 지식 직업인을 필요로 하는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추아 교수의 주장은 근시안적이고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200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력평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은 수학에서 평가대상 57개국 중 3등이지만, 공부한 시간당 점수는 99점으로 48등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핀란드는 139점으로 2등이다. 한국 청소년들이 공부를 효율적으로 못한다는 뜻이다. ‘공부가 즐겁다’는 설문에 핀란드는 1등이고 한국은 꼴찌라고 한다. 이렇게 재미없게 공부를 하니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이 많다.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을 돌고 있으니 피곤하고, 학원에서 배운 것을 학교에서 다시 가르치니 지루해 수업 중에 졸릴 수밖에 없다. 잠자는 학생이 많으면 선생들도 가르치는 데 열성을 쏟을 마음이 없어진다.

지식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녀들이 스스로 배우고 공부하게 하여 평생 배우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친구도 있어야 하고 단체운동도 해야 한다. 친구 없이 고교를 마친 자녀들이 대학이나 성인이 되어 갑자기 대화에 능숙해지고 네트워킹을 잘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단체운동을 통해 신체를 단련할 뿐만 아니라 친구를 사귀고, 규칙을 배우고, 끈기와 협동, 자기절제를 배울 수 있다. 또 창의력 향상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면접 및 논술시험을 위해선 다양한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공부팀을 만들어 다른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게 하는 것이 좋다.

동양식 또는 한국식 교육방법은 어린아이들의 감정과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다.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어린이 및 청소년의 53.9%만 ‘삶에 만족한다’고 답변해 OECD 평균인 84.8%에 크게 뒤졌다. 가족의 유대를 키우는 일도 바람직하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들이 부모에게서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사랑해’라고 한다.

‘호랑이 엄마’로 자녀와 전쟁을 할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게 동기를 부여해야 된다. 자녀들이 비전을 갖게 하고, 자녀들의 행동이나 노력에 격려가 필요하다. 성적표를 자녀들과 분석하면서 개선할 분야를 같이 연구하고, 좋은 성적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며 자녀를 데리고 나가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주면서 기쁨을 나누는 일도 권장한다. 자녀가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부모가 모범이 되어 자녀들이 스스로 따라오게 해야 한다. 부모들은 TV를 보면서, 또 책 한 권 읽지 않으면서 ‘너희는 공부하라’는 명령에 무게가 있을 수 없고, 크게 기대할 수도 없다.

권오율 호주 그리피스대 석좌교수 호주 한국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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