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홍성철]강남 학생이 공부 잘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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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3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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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서울 강남에는 왜 공부 잘하는 학생이 많을까? 부모의 머리가 뛰어나서, 사교육 환경이 우수해서, 학업 분위기가 좋아서…. 대체로 맞는 분석일 게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이유 하나가 빠졌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몰린다는 사실이다.

주변에서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를 감행했거나 고려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가. 본인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솔직히 나도 고민하고 있다. 자녀의 성적이 좋다면 갈등은 더욱 커진다. 내가 부족해서 아이의 잠재능력을 키워주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초조함과 자괴감이 든다. 이래서 강남에는 현대판 맹모인 ‘대전 아줌마’(대치동에서 전세 사는 아줌마)들이 흔하다.

교육정보 공시사이트 ‘학교 알리미’에 따르면 2009년 강남구 서초구 관내 학교의 순수 유입학생 수(전입에서 전출을 뺀 학생 수)는 4297명으로 2008년 2938명보다 크게 늘었다. 2010년 통계는 안 나왔지만 증가 추세는 확실해 보인다.

학생이 늘어난 지역은 강남구 서초구 강동구 양천구 송파구 노원구 종로구 등 7개 자치구. 대학수학능력시험, 학업성취도평가 등에서 학업능력이 우수하다고 입증된 이른바 ‘교육특구’와 겹친다. 나머지 18개 구는 들어온 학생보다 나간 학생이 많았다.

왜 이들 지역을 선호하는지는 분명하다. 가까운 곳에 학원이 많고, 학교를 포함한 전체 분위기가 학습에 친화적이다. 부자 동네라 자치구에서 지원하는 교육 예산도 많다. 수년 전 만난 대치동의 한 파출소 직원은 “이 지역 학생들이 밤에 몰려다니면서 사고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맹모가 몰리면서 이들 지역 아파트 전세금, 매매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여기서 촉발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곤 했다. 학부모로서는 사교육비 부담도 부담이지만, 이들 지역으로 이주할 형편이 못 된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낀다.

지역 간 교육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 특수목적고 입시다. 2010학년도 서울시내 외국어고 입시에서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양천구 노원구 등 5개 교육특구 수험생이 전체 합격자의 48%를 차지했다. 특목고 진학이 명문대 입학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퍼져 초등 고학년부터 이들 자치구로 전학하는 사례가 많았다.

교육당국은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2011학년도부터 특목고 입시 방식을 바꿨다. 외고의 경우 1단계에서 영어내신만으로 1.5배수를 뽑고, 2단계에서 서류와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리도록 했다. 영어 듣기평가와 교과형 구술시험이 너무 어려워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교육업체인 하늘교육이 각 외고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분석해 보니 강남구 등 5개 구 출신 학생의 비율은 여전히 4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고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이들 지역 학생의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최근 복지 문제가 이슈다. 보수 성향의 시장과 진보 성향의 교육감 간 무상급식 논쟁도 뜨겁다. 무상급식도 좋다. 하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게 더 큰 복지다. 교육 낙후 지역에서 우수 학생마저 대거 이탈하면 학교는 황폐화한다. 그나마 경제력 있는 학부모들이 빠져나가면 자치구 형편도 더 나빠진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시장과 교육감이 할 일이다.

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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