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제역 ‘매몰 후유증 대책’마저 실패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한국의 구제역을 “지난 50년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최악의 구제역”이라고 혹평했다. 지금까지 구제역으로 도살처분한 가축이 310만 마리, 보상비용은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것은 또 다른 재앙의 전조(前兆)였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도살처분된 가축의 매몰지가 4000곳을 넘어서면서 마구잡이 매몰로 인한 토양오염, 침출수 유출 등 2차 재앙이 눈앞에 닥쳤다.

매몰지 주변에서는 추운 겨울임에도 악취가 진동한다. 침출수로 인한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경남 김해, 경기 파주 등지에선 핏물이 섞인 침출수가 흘러나와 하천을 오염시켰다. 정부가 지난달 24∼27일 낙동강 상류에 있는 경북지역 매몰지 89곳을 조사한 결과 61곳이 매몰지 붕괴 혹은 침출수 유출이 우려됐다. 정부가 2차로 조사 중인 강원 충북 등 99곳 매몰지에는 한강 상류지역도 포함돼 있다. 혹여 침출수가 수도권 상수원으로 흘러든다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토양유실 위험이 크거나 농가 및 하천 주변 등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있는 곳에 가축을 대량 매몰하는 바람에 이런 사태가 빚어졌다. 가축을 제대로 매몰하지 않아 야생짐승이나 조류가 비닐을 찢고 살점을 뜯어먹는 경우도 있다. 날씨가 풀려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 다른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창궐할 우려도 없지 않다. 유실 위험이 있는 곳은 보강공사를 하면 된다지만 침출수 유출은 뾰족하게 막을 방법이 없다. 침출수가 지하수로 흘러들어 주민이 모르고 마실 수 있고, 하천으로 유입되면 구제역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구제역 초기대응 실패로 인한 손실과 국가이미지 타격도 큰일인데 불과 한두 달도 내다보지 못하고 마구잡이 매몰로 또 다른 재앙을 자초했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오염으로 전례 없는 환경재앙이 일어날까 걱정”이라고 했다. 사돈 남 말 하듯 해서는 안 된다. 방역과 매몰은 농림수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소관이지만 환경부도 매몰작업을 모니터할 책임이 있다.

‘구제역과의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매몰 후유증을 걱정해야 하니 큰일이다. 단기간 도살처분한 가축이 워낙 많아 적절한 매몰지가 부족했고, 얼어붙은 땅을 파서 가축을 파묻기 힘들었던 사정은 다소 이해된다. 대안으로 영국처럼 소각처분은 검토조차 할 수 없었는지 궁금하다. 매몰 후유증 방지에 실패했을 때 닥칠 환경재앙이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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