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짜 밥 낙인’ 방지 입법, 민주당이 앞장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전면 무상급식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민주당은 현재의 급식 지원 체제가 저소득층 학생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힌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다.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등 저소득층 학생이 급식비를 면제받으려면 학교에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어린 학생들이 자기 손으로 신청서를 써내고 그것이 다른 학생에게 알려질 때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빈곤층 아이만을 상대로 무상급식을 하면 낙인이 찍히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 끼 밥을 먹는 행복보다 10배, 100배의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부는 학부모가 주민센터(동사무소)에 신청서를 내기만 하면 급식비 면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했다.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학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급식비를 차등 지원하는 미국과 프랑스를 벤치마킹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새 학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2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 법안에 대해 민주당은 ‘지난해 말 한나라당이 강행 통과시킨 서울대 법인화법을 철회하고 이를 뒤에서 주도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사과를 하지 않으면 논의할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인다. 민주당이 계속 반대하면 저소득층 학생들은 앞으로도 신청서를 학교에 내야 한다. ‘낙인 효과’를 그토록 성토하던 민주당이 가난한 학생들이 계속 공짜 점심 먹는 학생으로 낙인이 찍히도록 방치하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무상급식 공약’으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큰 재미를 본 전력에 비추어 민주당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고 ‘급식 지원대상 확대’ 쪽을 지지하는 정부가 내놓은 법안이어서 선뜻 내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저소득층 학생이 당분간 현행 체제에서 급식 지원을 받아야 한다. 민주당이 저소득층 학생의 처지를 진정으로 헤아린다면 누가 제출한 법안이든 앞장서서 통과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민주당의 무상급식 공약이 서민을 생각해서 내놓은 공약이 아니라 결국 얄팍한 정치적 표 계산의 산물임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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