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제역-물가 같은 各論이 국정의 관건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신년 방송좌담에서 “지난해 경제성적표가 괜찮았다”는 사회자의 말에 “좋다고 해 달라”며 올해 수출 1조 달러, 5% 성장을 전망했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리에 마친 여운이 남아 있는 듯 “세계가 대한민국을 인정하고 있고 국운이 융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성공 사례를 자랑만 하기에는 국민 앞에 놓인 현실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작년 11월 29일 발생한 구제역의 초기 대응에 실패함으로써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지난 50년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최악의 구제역’이라는 치욕적 평가를 들었다. 어제까지 도살처분한 가축이 310만 마리, 여기에 들어간 보상비용이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도살처분 후 마구잡이로 파묻은 탓에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오염으로 전례 없는 환경재앙이 일어날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농림수산식품부 유정복 장관이 친박(친박근혜)계의 유일한 현직 장관이라는 이유로 문책도 못하는 형국이다.

지난 설에는 장을 보기 겁날 정도로 물가가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만 식품 물가지수에서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의 식량 자급률이 낮기도 하지만 높은 진입 장벽과 관세율, 이로 인한 독과점의 탓이 크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조금 앞장서야 한다”며 관련 부처의 물가 단속을 채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지나친 간섭과 규제에 오히려 물가가 오르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말 롯데마트는 1마리에 5000원짜리 ‘통큰 치킨’을 내놓으며 “원자재를 대량 구입해 원가를 줄임으로써 좋은 치킨을 저렴한 가격에 1년 내내 팔겠다”고 했으나 행정기관의 압력으로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장경제를 관치의 손으로 주무르다가는 경제 실패를 자초할 수 있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튀니지와 이집트 시민봉기의 촉매가 된 것은 고물가와 민생고였다. 곡물 식품 원유값 등 해외발(發) 인플레이션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1997년 11월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 정부는 “우리 경제는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강해 걱정 없다”고 큰소리치다가 경제 국치(國恥)를 당했다. 국정은 원론이나 총론이 아니라 각론(各論)에서 성패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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