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임지봉]판사의 권위는 어디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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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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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가 16일 ‘2010년 법관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2008년 시작된 변호사회의 법관 평가는 올해가 세 번째다. 평가 기준은 공정성 성실성 친절성 등 5개 분야이다. 소속 회원 7354명 중 7%인 517명이 평가한 결과를 취합했다. 평가 결과가 좋은 상위 15명을 우수 법관으로 선정해 명단을 공개했다. 막말 등 고압적인 재판 진행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하위 15명의 판사도 선정했는데, 이들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대법원에 전달했다고 한다.

세 번째 법관 평가가 던지는 질문

이번 평가에서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판사의 고압적인 언행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재판장이 법정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호칭 없이 반말을 쓰고 이름만 불렀다든가, “사람이 인상이 좋아야지 인상이 그렇게 나빠서야 더 볼 것도 없다”는 막말을 했다든가, 법정에서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한 피고인에게 판사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귀가 어두우냐”며 인격 모독적인 말을 했다는 내용이다. 무죄를 다투는 사건에서 재판장이 재판 진행 중 수시로 유죄를 암시하는 예단적 언어를 사용하거나 선입관을 드러내는 태도를 보였다는 하소연도 있다. 물론 각종 소송서류를 열심히 읽고 사건의 쟁점과 법리를 명확히 파악해 능률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면서 소송당사자의 의견에도 충실히 귀 기울이는 판사들도 있었다고 한다. 필자는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판사가 다수를 차지할 거라고 믿는다. 법정에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막말을 하는 소수 판사가 분명 있지만 이들의 행태가 이번 조사에서 과대 포장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측면에서 변호사회의 법관 평가 자체가 가지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변호사는 재판에서 소송당사자를 대리하는 사람들이다. 판결 결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이해당사자인 셈이다. 승소한 변호사보다는 패소한 변호사가 주로 법관 평가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패소 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변호사가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또 이번 법관 평가에는 서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중 7%만 참여했다. 대다수 변호사의 법관 평가로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법관 평가는 변호사단체보다는 법조 외부의 시민단체가 맡는 것이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법원 내부에서도 동료 법관의 모니터링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제 바야흐로 법관도 평가를 받아야 할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법관이 재판을 어떻게 진행하건, 법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던 시대는 지났다. 법관도 여러 주체의 다면적 법관 평가를 통해 받아들일 점은 받아들이고 고칠 점은 고쳐야 한다. 특히 이런 여러 평가를 통해 일관되게 문제점이 지적되는 판사들은 따로 교육을 하든지, 그것도 어려울 경우 연임심사에서 퇴출해야 한다.

공정-친절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얘기가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판사는 판결문 외에 법정에서도 공정하고 성실하며 친절한 언행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우리 헌법에도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규정돼 있다. 판사도 사법권을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공무원이다. 따라서 판사도 국민에 대한 봉사자여야 한다. 판사의 진정한 권위는 어려운 사법시험을 통과했다거나 연수원 성적이 높았다는 사실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인 소송당사자를 배려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법정에서 자신을 한없이 낮추려는 언행에서 생겨나며 한 사건 한 사건의 재판에 정성 어린 고민을 담아내려는 성실함에서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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