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뉴스 콘텐츠 ‘제값 내기’ 정부가 솔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대부분의 정부부처는 신문기사를 ‘무단 복제’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놓거나 스크랩 자료를 만들어 복사해 배포한다. 사실상 신문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성동 의원 등 25명이 발의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신문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정부는 돈을 내고 뉴스 콘텐츠를 이용해야 한다. 김 의원은 지난해 뉴스 콘텐츠를 불법 사용한 규모가 정부기관 53억 원, 공공기관 303억 원이라고 9월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현행 저작권법은 소설 시 논문 음악 연극 무용 사진 등을 저작물로 규정하고 시사보도는 ‘사실 전달에 불과하다’며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때문에 뉴스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닌 것으로 오인되는 실정이다. 누리꾼은 물론이고 정부와 기업도 인터넷상의 뉴스 콘텐츠를 공짜로 알고 복제와 프린트, e메일 전송, 카페 블로그 유통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 콘텐츠도 기자들이 사건 사고의 현장을 파고들어 상황의 인과를 분석하며, 이슈의 영향과 의미를 전망하는 창조적 노력을 거쳐 나온 지적 생산물이다. 대법원은 2006년 “신문사의 뉴스 기사 및 사진은 개별 기사로 판단해 저작권 여부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국신문협회는 올 9월 “뉴스를 별도의 저작권 대상으로 보지 않는 현행 저작권법을 개정해 저작물로 보호해야 한다”며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을 인정해 달라고 입법 청원했다. 신문협회는 “지금처럼 뉴스 콘텐츠 제작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유통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것은 정의의 관념에 반할 뿐 아니라 뉴스 콘텐츠 제작을 위축시켜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발전마저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어제 신문협회 간담회에서 회원사들은 정부부처부터 ‘제값’을 내고 뉴스 콘텐츠를 이용하는 모범을 보이면 저작권 보호의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퓨리서치가 지난해 볼티모어 시의 53개 매체를 1주일간 분석했더니 오리지널 뉴스 콘텐츠의 61%가 신문에서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에 실린 정보가 방송 및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양상은 세계 공통이다. 신문은 뉴스 콘텐츠 생산에서 가장 큰 몫을 하면서도 정작 제값을 못 받고 독자와 광고주를 인터넷에 뺏기는 형편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노력에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으면 뉴스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면서 옥석을 구분하기 어려운 정보가 범람해 민주주의도 위협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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