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희창]‘연출 조작 의혹’ 외주사 탓만 하는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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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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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호텔에서 일할 때 ‘VJ특공대’에서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일한 지 1년도 넘은 베테랑인데도 저보고 일부러 실수를 해 달라고 하며 촬영해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 VJ특공대 같은 프로그램 보지도 않고 믿지도 않지요. 다들 알고 계신 줄 알았는데 이제야 터지네요.”(누리꾼 김유리)

지난달 5일 방송된 KBS 2TV VJ특공대의 연출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20일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시청자의 글이다.

19일 MBC ‘뉴스데스크’는 “VJ특공대가 ‘한국 아이돌 일본 점령기’란 제목의 코너에서 걸그룹 소녀시대를 보러 한국에 온 일본인 관광객을 소개했는데 이들이 실은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유학생과 회사원”이라고 보도하며 연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KBS는 20일 “VJ특공대는 전적으로 외주 제작사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KBS의 담당 PD는 제작 과정에서 연출 조작과 관련해 외주 제작 관련자로부터 사전에 아무런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보도내용이 사실일 경우 제작사 퇴출을 포함한 강력한 제재와 함께 외주 제작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인위적 연출 및 인력동원 금지’ 등 프로그램 제작지침을 철저히 교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프로그램의 연출 조작 논란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2008년 3월 방송된 KBS 1TV 자연다큐멘터리 ‘환경스페셜-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편에서 토끼의 발을 묶어 놓고 수리부엉이의 사냥 장면을 촬영해 놓고서는 “제작진이 수리부엉이가 날쌘 토끼를 사냥하는 장면을 생생히 목격했다”며 해당 장면을 내보냈다.

현재 VJ특공대는 3개의 외주 제작사가 한 주씩 번갈아가며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 KBS는 외주 제작사에서 제시한 아이템과 취재 방향을 검수한 뒤 가(假)편집본을 보고 편집 방향을 제시한다. 해당 프로그램의 황제연 PD는 “외주 제작사에서 먼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가 없다”며 “2000년부터 해당 외주 제작사와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제작사를 믿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는 외주 제작사에 대한 ‘믿음’만으로는 KBS에 대한 시청자들의 ‘믿음’을 지킬 수 없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방송 제작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책임의식 없이 순간의 시청률에 연연해 쉽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에 집착하다 보니 이런 무책임한 행태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이번 논란이 외주 제작사의 잘못이라고 한발 물러서기보다는 채널 운영자로서 시청자들과 만나는 KBS가 책임의식을 지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창 문화부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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