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영실패에 스톡옵션 박탈 당연하다

  • 동아일보

국민은행이 이사회 의결로 강정원 전 행장이 보유한 61만 주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취소해 강 전 행장은 40억 원 이상을 지급받지 못하게 됐다. 강 전 행장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인수로 4000억 원,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1300억 원가량의 손실을 은행에 끼친 것으로 드러나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물러났다.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국민은행은 2008년 BCC의 유동성 악화 가능성을 이사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BCC를 비싸게 매입했다. 경영진은 잘못된 외국 은행 인수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스톡옵션이란 임직원이 좋은 실적을 내도록 유도하기 위해 자기 회사 주식을 싼값에 살 권리를 주는 보상방식이다. 이 제도는 경영성과에 대한 다양한 평가 기준 가운데 주식 가격만 중시하기 때문에 경영진이 단기실적에 몰두하게 만드는 폐단이 있다. 손실을 초래한 경영 결정을 많이 했는데도 경기가 호전돼 주가가 오르면 막대한 보상을 받게 되는 문제도 있다. 경기가 좋아 대부분의 은행이 순이익을 많이 냈던 2007년 주주총회에서 국민 하나 신한 외환은행은 93만∼181만 주의 스톡옵션을 나눠 가졌다. 당시에도 스톡옵션은 ‘돈 잔치’라는 비난을 들었다.

스톡옵션 제도가 크게 유행했던 미국에서는 2001년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 이후 감시가 강화되자 급속히 퇴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7년 제도화돼 벤처기업에 이어 일부 대기업이 받아들였으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계열 상장사와 비상장사 임원 간의 위화감 조성 등을 이유로 2005년 스톡옵션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장기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포스코 국민은행도 지금은 이 제도를 없앴다. 2009년 말 현재 상용근로자 50인 이상 기업 중 9.1%인 989개사가 도입했지만 실제로 시행하는 기업은 줄어드는 추세다.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스톡옵션 제도가 필요하면 기업과 주주가 결정하면 된다. 다만 회계처리를 적법하게 하고 주주들이 잘 알 수 있게 공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진이 기업에 큰 손실을 안기고도 과도한 보상을 받는 일이 없도록 제어 장치를 만들어 적절하게 작동시켜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