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차정섭]게임중독에 청소년이 멍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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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중학생이 자신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벌어졌다. 게임중독으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2월에는 게임을 한다고 꾸짖는 어머니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던 20대 청년이 경찰에 붙잡혔다. 3월에는 인터넷게임에 중독된 30대 부부가 생후 3개월 된 딸을 굶겨 사망하게 한 사건 등 게임중독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게임중독은 단순히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현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특히 청소년은 자극적인 게임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집중력과 인내심이 떨어지고 대인관계 및 사회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충동 조절이 어려워져 폭력성이 극도로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게임중독자의 뇌는 마약중독자의 뇌와 유사한 양상을 보여 물질남용, 충동조절장애 등의 이상 증세를 보인다.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올 4월 ‘피로도 시스템’ 도입 등 게임산업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게임 과몰입 예방·해소 대책 방안을 내놨지만 게임중독을 막기에는 매우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번 시작하면 중도에 그만두기가 매우 어려운 게임의 특성을 반영하여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임 진행을 늦추는 피로도 시스템의 경우 이미 게임업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데다 2개 이상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는 게이머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효과가 적다고 본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의 과도한 인터넷게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여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고자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동법 개정안에는 게임사이트 가입 시 친권자 동의, 친권자 요청에 의한 이용시간 및 이용방법의 제한, 친권자에게 고지, 과도한 게임 이용 방지를 위해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접근을 제한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할 때에는 벌칙조항을 두고 있으며 인터넷중독 피해를 본 청소년의 재발 예방, 상담, 치료 등의 서비스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게임산업을 위축시키는 이중 규제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진흥 정책과 규제 정책을 한 부처에서 관장한다면 어느 한쪽은 분명히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반론이 나와 이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게임중독 문제는 일부 취약한 가정이나 사회성이 결여된 개인의 문제로 치부된 경향이 있다. 이제는 개인이나 업계의 자율에 맡길 수 있는 범위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병리 현상이 되고 있다. 여성부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중독자의 52%(103만5000명)가 아동, 청소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인터넷중독으로 소비된 사회적 비용은 연간 2조1590억 원으로 올해 발표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2조6922억 원)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게임산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진흥해야 한다는 사실도, 업계의 자율적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사실도 국민 누구나가 다 안다. 그러나 자율적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청소년의 게임중독 현상의 심각성을 보면 적어도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청소년에 대해 ‘자율’이라는 관점보다는 ‘보호’라는 관점이 절대 필요하다고 하겠다. 사회적 약자이면서 인터넷에 취약한 청소년을 우선 보호하는 법률적 기준 강화가 시급하다고 본다.

차정섭 한국청소년상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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