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政治가 기업보다 잘했는지 반성부터 하라

동아일보 입력 2010-09-27 03:00수정 2010-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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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다음 달 4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인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하고 있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과 신한금융지주 내분사태, KB금융지주 경영진 선임과 관련해 재계 인사들의 증인 채택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무위원회의 경우 지난해에는 일반인 증인을 29명 채택했지만 올해는 39명으로 늘렸고, 이 중 기업인이 20여 명이나 된다.

국회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따지면서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 올해 국감에서는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 사내하도급, 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 같은 산업계 현안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기업인의 국감 출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7조는 감사 대상을 법률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 시도, 기타 공공기관으로 제한하고 있다. 의원들이 당리당략이나 기업 혼내주기 목적으로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숨이 가쁘게 경쟁하고 있는 기업인들을 오라 가라 하는 것은 국민의 눈에 좋게 보이지 않는다. 과거 국회에서는 기업인을 증인에서 빼주는 조건으로 뒷거래가 성행한 적도 있다.

정치권은 기업인을 국회로 부르기 전에 자신들이 기업보다 잘한 게 뭐가 있는지 생각해보라. 미국 하원에서는 23일 탈북자들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실태를 증언하는 청문회가 열렸다. 만삭의 임신부를 발로 짓밟아 유산시키는 장면에서부터 쇠똥 속의 곡식 낟알을 주워 먹으며 살려고 발버둥치는 수감자의 모습이 그림으로 고발됐다. 정작 우리 국회는 북한인권법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국회는 기업 및 단체 대표 100여 명 등을 증인 참고인으로 불렀지만, 국민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결과를 내놓았는지는 의문이다.

국정감사 때마다 국회는 기업인을 불러 하루 종일 붙들어 놓고 질문은 불과 2, 3분에 그치거나 왜 불렀는지도 알 수 없는 질문만 반복하다가 돌려보낸 적도 많다. 기업인에게 호통을 치거나 면박을 주는 사례도 많다. 자칫 기업 이미지도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국정감사는 ‘기업 감사’가 아니다. 기업인을 무차별적으로 증인으로 불러내는 구태를 근절하고 행정부 감시와 견제라는 국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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