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자식 일자리 만들려면 부모가 퇴직해야 하나

동아일보 입력 2010-09-21 03:00수정 2010-09-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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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청년(15∼29세) 실업률(7.7%)은 전체 실업률(3.5%)의 2배가 넘는다. 청년실업자나 부모가 아니라면 이 4.2%포인트 차이의 참담한 현실을 체감하기 힘들다.

기자는 최근 ‘취업 청탁 실태’(본보 20일자 A5면)를 취재하면서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 출신도 대기업의 인턴사원이 되려고 모든 청탁 능력을 다 동원하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찍이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각 부처에 청년실업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공기업부터 유능한 청년 인재들을 좀 더 많이 고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해법까지 제시했으니 관료들은 구체적인 방안만 마련하면 될 일 같았다. 하지만 추석 연휴 전에 나올 것 같았던 청년실업 대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몇몇 당국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비유했다.

“극장(고용시장)에 젊은 관객(청년 구직자)이 많이 들어갈 수 있게 입구(채용)도 넓히고 별도의 전용문(공기업 입사 배려)도 만들라고 한다. 그러나 그 극장은 이미 좌석(정규직)은 물론이고 입석(인턴사원 또는 임시직) 자리도 거의 만석이다. 게다가 극장의 출구는 정년이란 아주 좁은 문밖에 없다.”

정부 일각에서 “고령화사회에 대비해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니 출구는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공기업의 청년 고용 확대는 기존 인력의 정원을 10% 이상 줄이겠다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역행한다. 경제부처의 고위관계자는 “청년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입구를 넓히려면 (해고도 자유롭게) 출구도 같이 넓히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이런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땜질식 처방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절대 다수(88.6%)의 기업이 노동 유연성이 높아지면 채용을 5% 이상 늘리겠다고 한 조사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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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아들딸이 취업 청탁을 안 해도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그 대신 부모인 여러분의 정년은 보장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추석 후 청년실업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면 여론의 반응은 어떨까. 젊은 세대의 취업 기회와 중장년 세대의 고용 보장이 충돌하는 현장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정치적 결단과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할 난제지만 당국자들도 묘안을 찾기 위해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부형권 경제부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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