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폭력, 법과 유권자의 이름으로 심판할 때

동아일보 입력 2010-09-18 03:00수정 2010-09-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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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은 국회 폭력과 관련해 기소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벌금 300만 원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벌금형이라서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폭력 범법자가 됐다는 점에서 강 의원의 자숙이 따라야 할 것이다.

강 의원은 작년 1월 농성 중이던 민노당 당직자들에 대한 국회의 강제해산에 항의해 폭력을 행사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방에서 강 의원이 선보인 ‘공중 부양(浮揚)’은 국회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킨 상징적인 사건으로 국민의 뇌리에 각인됐다.

1심인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이동연 판사는 “폭력 사태를 초래한 국회 질서유지권이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폭력 자체보다는 질서유지권의 적법성을 따지는 형식 논리에 치우쳤고 법관 개인의 ‘주관적 양심’이 지나치게 개입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국회 경위의 현수막 철거는 적법한 직무집행이었다”면서 강 의원이 국회 경위의 멱살을 잡아 흔든 것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탁자를 넘어뜨린 행위 등은 공무집행방해와 공용물건 손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수 정당의 대표로서 정당한 항의였다는 주장에 대해 “정식 절차를 밟아서 의사를 표시했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의원의 행위가 정치적 의사 표시와 연관이 있다고 해도 법을 위반하거나 폭력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회 폭력은 법과 유권자의 이름으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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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강 의원의 국회 폭력, 전교조 교사의 시국선언과 빨치산 통일교육,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관련한 재판에서 상식과 국민 법감정을 벗어난 ‘튀는 판결’이 적지 않았다. 독단적인 법의 해석과 적용은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 ‘판사 입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젊은 법관들에 의한 1심의 튀는 판결이 최근 항소심에서 바로잡혀 가는 추세다. 전교조 교사와 공무원노조 시국선언의 경우 1심에서 유죄 11건, 무죄 2건이었으나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로 바뀌었다. 사법부가 편향적이고 독단적인 판결을 막으려면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을 젊은 단독판사에게 맡기지 말고 재정합의부에 배당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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