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손동원]기업상생, 한 배를 타라

동아일보 입력 2010-09-01 03:00수정 2010-09-01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노키아와 삼성전자 사이의 스마트폰 경쟁은 어떻게 될까? 단순히 두 업체만의 실력 경쟁이 아니라 협력업체를 포함하는 기업생태계의 경쟁력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이미 그 단초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기업 사이의 경쟁판도가 기업생태계 간 경쟁으로 전환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기업생태계 시각에서 보면 한국경제의 쟁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인센티브가 다른 기업군(群)이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의 명분이 바로 기업생태계에 숨어있다.

기업생태계란 기업 간 먹이사슬로 연계된 관계망이다. 여기서 먹이사슬은 대기업-하청업체-재하청업체로 연결되는 연쇄사슬을 말한다. 자연생태계의 식물-초식동물-육식동물-잡식동물로 연결되는 관계망과 같다. 코스타리카 초원을 생각해보자. 초원생태계는 영양분을 잉태하는 작은 식물에서 시작하여 육식동물의 제왕인 사자에 이르기까지 영양분의 공급망으로 연계된다. 기업생태계는 부품·소재의 수요공급으로 연결된다는 점만이 다르다.

기업생태계 관계망에서의 위치에 따라 상생에 임하는 입장은 다르다. 코스타리카 초원에서 사자와 얼룩말의 전략이 전혀 다르다. 생태계의 위치 차이에서 연유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사이의 진정한 상생은 각자 위치에 배태된 인센티브가 정렬되었을 때에만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중소기업의 인센티브는 단순하다. 대기업에 납품하고 보상을 얻는 체계이므로 대체로 대기업의 요구조건을 따르면서 이득을 얻는다. 때로는 단기적 이득을 버리고 반복거래와 같은 장기적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결국은 대기업의 인센티브 체계를 손상하지 않으려는 소극적 욕망에 의해 움직인다.

주요기사
그러나 대기업의 인센티브는 능동적이면서 복합적이다. 현재 한국경제에서 대기업의 인센티브는 단기적으로는 제로섬(zero-sum), 중장기적으로는 논제로(non-zero) 체계를 갖는다. 단기적으로는 납품단가 축소와 같이 하청기업과도 당장 눈앞의 이득을 위해 싸워야 하는 제로섬 구도로서, 전체 몫이 주어져 있으므로 중소하청업체를 쥐어짜야 자신의 이득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상생이 성립하려면 결국 중소기업에 베푸는 대기업의 너그러움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근본처방이 될 수 없고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생태계의 순리상 더 많은 것을 취하려는 욕망을 제압할 완벽한 대책은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중장기적 인센티브는 이와 다르다. 대기업에는 자신의 기업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중장기적인 과제가 놓여 있다. 실제로 추격단계를 넘어서 글로벌 선도기업이 된 대기업은 기업생태계의 종합적인 능력 향상 없이 더는 글로벌 경쟁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개방형 혁신경쟁에서 대기업은 생태계 하단의 중소기업이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발전 기회가 진정으로 필요하다.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 파트너라면 대기업은 기꺼이 자신의 몫을 나누려고 협력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대기업 입장에서도 상생의 필요성은 적지 않다. 문제는 어떻게 파트너십을 형성할 것인가이다. 당장 눈에 들어오는 단기적 제로섬 인식을 버리고 모두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의 관계로 인식하게 만드는 점이 핵심이다. 대기업으로 하여금 중소 하청기업과 한 배를 탄 혈맹관계를 맺도록 유인하는 방향으로 상생에 대한 정부정책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손동원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