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디어 문화산업도 중국 일본에 밀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2일 03시 00분


한국 중국 일본 정부가 미디어 문화콘텐츠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한국 정부는 3차원(3D) 콘텐츠 미디어산업에 총 12조 원을 투입해 올해부터 5년간 연평균 1만6000명씩 모두 8만 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8일 발표했다. 중국 정부와 금융계는 같은 날 미디어 및 오락산업 육성을 위해 미디어 출판 영화제작에 대한 대출 문턱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5일 애니메이션 게임 일본음식 패션 등 일본 문화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문화산업대국(大國) 전략’을 산업구조심의회의에 제출했다.

한중일(韓中日) 3국이 미디어 및 문화콘텐츠 산업을 중점 육성하려는 것은 미래 성장 잠재력과 고용창출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20세기가 ‘과학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로 불린다. 국가경쟁력에서 차지하는 미디어 문화산업의 역할과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세 나라 정부의 최근 움직임은 새로운 유망산업에서 유리한 고지(高地)를 차지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해리포터 한 작품이 만들어낸 수익이 한국 반도체 수출 성과와 맞먹는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문화산업의 잠재력은 크다.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8000억 달러를 넘었고 내년에는 2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세계 9위권인 우리 콘텐츠산업 규모는 미국 일본 중국보다 뒤떨어져 있지만 한류(韓流) 붐이 보여주듯이 하기에 따라서는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미디어 문화산업이 발전하려면 관련 기기(器機)와 미디어, 콘텐츠가 고루 발달해야 한다. 음악 영화 같은 콘텐츠가 아무리 좋아도 미디어가 발달되어 있지 않으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경쟁력 있는 미디어 기업이 있어야 콘텐츠 경쟁력도 높아진다. 기기를 담당하는 지식경제부와 미디어를 맡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콘텐츠 진흥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조화로운 역할 분담과 협력이 절실하다.

지구촌에는 미디어산업의 빅뱅과 글로벌화로 거대 미디어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타임워너 같은 세계적 미디어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이미 뿌리내린 일본도 추가 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7월 새로운 미디어법을 통과시켰으나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의 사업자 선정 같은 후속작업이 지지부진하다. 이렇게 허송세월하다가는 미디어와 문화산업에서도 중국과 일본에 밀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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