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병준]밴쿠버의 ‘스마트 코리아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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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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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맹활약한 우리 선수에 대한 환호는 가라앉았다. 이제 이 쾌거를 가능케 만들었던 국력에 대해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할 때다. 원래 올림픽은 스포츠 기량과 함께 국력을 겨루는 세계적 행사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일종의 스마트 파워를 과시했다고 생각한다.

땀과 힘에 예술 연기까지 결합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이 4강에 진입했을 때 필자는 이 기록을 대한민국이 가진 소프트 파워의 결실이라 지적한 바 있다. 국제관계 담론에서 소프트 파워란 군사 및 경제력과 같이 물질적 능력으로 타국을 강압 또는 유인할 수 있는 하드 파워와 달리 문화 가치 및 정책과 같이 보이지 않는 자원으로 자국을 부러워하고 존경하게 만드는 능력을 말한다. 월드컵에서 한국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발휘했고 이를 응원했던 국민도 승리를 위한 한마음으로 굳게 결속한 결과 적어도 축구에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같은 4강보다 더 강한 소프트 파워를 보여줬다.

밴쿠버에서 한국팀이 5강을 성취하게 만든 국력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스마트 파워의 결실이라고 본다. 스마트 파워는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를 효과적으로 배합해 최선의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한 나라가 일정한 경제력을 갖추지 않고 소프트 파워만으로 강국이 될 수는 없다.

경제 및 군사적인 면에서 하드 파워를 갖고 있더라도 상대국의 지도층과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프트 파워 없이는 외교정책의 성공을 기할 수 없다. 예컨대 이라크전쟁에서 미국은 막강한 하드 파워를 사용해 군사적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라크 국내사태는 더욱 불안해졌고 이 결과 미국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 이를 의식한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 임명비준 청문회에서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적절하게 결합한 스마트 파워를 추구하는 것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새 외교정책 방향이라고 천명했다.

어느 경제학자에 따르면 올림픽 메달 수는 나라의 인구, 1인당 국민소득, 기후, 정치구조 및 주최국 이점 등 5개 변수가 결정한다. 한국이 종전부터 금메달을 땄던 쇼트트랙을 넘어서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고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여왕이 된 것은 한국의 경제 및 문화적 발전, 즉 국력의 신장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낭자들이 1990년대에 와서야 세계 골프대회를 석권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마트 파워를 창출하려면 당사자의 피나는 노력과 훈련은 물론이고 탁월한 인재를 선발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당국자의 현명한 전략, 지도력 및 의지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김연아는 실로 우아한 피겨스케이팅으로 세계를 감동시켰고 그 결과 한국의 위상과 브랜드를 고품격의 문화국가로 격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녀에 대한 찬사 중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살아 숨쉬는 예술품’이라는 표현이다. 대한민국에 대한 이런 이미지가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다.

격상된 문화국가 품격 이어져야

2002년 월드컵 때 외국인들은 한국팀이 축구를 전쟁을 치르듯이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을 즐기면서 연기했다. 완벽한 기술을 발휘함과 동시에 살아있는 예술을 연출해 예상 밖의 가산점으로 세계기록을 깨뜨리고 말았다. 한류를 전파하고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하는 나라가 된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하고 원전을 수출하더니 이제는 아름다운 예술을 자랑하는 문화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 코리아라는 국가의 모습을 지속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안병준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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