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진]공기업의 ‘다이어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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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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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한국전력공사 모두 합격했다면 어디를 선택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학생은 결국 한국전력을 택했다. 삼성전자에선 정년까지 근무하기 어려우며 업무량이 많아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은 들판, 한전은 온실이라면 지나친 비유일까? 물론 두 기관 모두 최고의 직장이므로 선택은 선호의 문제이다. 그러나 공기업을 선택한다면 다음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경쟁력 깎아내리는 과잉인력

첫째, 정년까지 보장이 되기 때문이다. 정년 보장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다만 문제 직원도 사고만 없으면 정년까지 버틴다는 점이 잘못이다. 최근 한전은 직위공모에서 보직을 받지 못한 직원을 퇴출시켰다. 이 사례가 확산될 경우 무자격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둘째,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이다. 공기업에서는 성과와 무관하게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직원의 무사안일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를 깨기 위해서는 철저한 성과평가에 따른 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무늬만 연봉제였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6월부터 공기업에 본격적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셋째,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공기업에서는 인력을 채용하면 승진 자리도 생기고 1인당 업무량을 줄일 수 있으며 노동조합원도 늘릴 수 있다. 반면 보수는 국민의 주머니가 요금이나 세금으로 부담한다. 이에 공기업은 부담 없이 인력채용을 시도하며 그 결과 과잉인력을 낳는 경우가 많다.

공기업을 직장으로서 선호하는 위의 세 이유는 모두 공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한다. 우리가 이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행히 최근 공기업이 철밥통을 깬다는 보도가 많이 나온다. 주로 무자격자 퇴출, 연공서열 파괴 등 인사혁신, 연봉제 도입 같은 내용을 담았다. 공기업의 변화는 반가운 일이다. 확실히 날이 갈수록 공기업 경영은 나아진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문제 직원 퇴출 등 충격요법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개인별, 팀별 평가 시스템을 강화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서로 봐주는 문화를 배격해야 한다.

그러나 공기업의 과잉인력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큰 기관일수록 더하다. 선진화 계획에 따라 인력감축을 진행하지만 최근 실업문제로 인력채용을 장려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공기업의 인력이 방만해지는 경향이 있다. 필요 인력이 있을 경우 업무를 줄일 분야에 재배치하면 되는데 굳이 신규채용을 하려 한다. 공기업은 새로운 업무를 찾는 데에는 열심이나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데에는 매우 게으르다.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중립기관서 적정 규모 정기 심사를

공기업의 과잉인력은 일시적 필요에 따라 많은 인력을 채용한 후 업무량이 줄어도 여전히 인력을 유지하는 경우에 더욱 심각하다. 1990년 전후 분당·일산신도시 개발과 주택 200만 호 건설로 급팽창했던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그 예이다. 이 두 기관은 1990년대 중반 일감이 떨어지자 경쟁적으로 업무영역을 확장하다 중복을 초래해 결국 작년 한국토지주택공사로 통합된다. 최근 업무가 급증한 일부 사회간접자본(SOC), 에너지 관련 공기업도 이런 문제로 고민하게 될 수 있다. 약 5년마다 중립적인 기관이 공기업의 적정 인력규모를 측정하기를 제안한다.

공기업이 보여 주는 성공적인 변신은 다른 공공부문에도 확산돼야 한다. 과거에는 공기업 등 산하기관을 개혁의 사각지대라고 했다. 지금은 공기업이 개혁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중앙과 지방정부, 교육청과 각급 학교, 사법부와 입법부를 포괄한 전 공공부문에 지속적인 변신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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