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H 부실 잉태한 ‘포퓰리즘 국책사업’ 이 정부엔 없나

  • 동아일보

현 정부 들어 통합된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려 100조 원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108조 원에 이르는 LH의 부채는 전체 국가채무 366조 원의 30%에 해당한다. 매일 내는 이자만 74억 원에 이르러 갈수록 부채규모가 늘어간다. 사정이 이러니 LH는 예정된 토지보상을 제때 진행하지 못하거나 건설노동자 임금 지급이 밀려 집단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채권 만기 상환을 맞추지 못해 채권 발행에도 실패했다.

공기업 부채의 급증은 국가경제에 불안요인이 된다. LH의 부채는 최근 몇 년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03년 20조 원이던 부채 규모가 2009년 109조 원으로 6년 전의 5배로 불어났다. 노무현 정부가 벌인 임대주택건설과 신도시 및 택지개발과 과도한 정책 사업이 단기간에 집중된 탓이다. 세종시 혁신도시와 미군기지 이전 같은 국책사업도 노 정부 때 추진된 것이다. 국책사업으로 인한 부채만 37조 원에 달한다. 이 같은 포퓰리즘 국책사업이 LH를 부실덩어리의 공룡 공기업으로 만든 것이다.

주공과 토공의 통합으로 당초에는 중복자산을 매각하면 경영효율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LH의 보유자산 가치가 153조 원으로 부채를 갚고 경영개선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LH의 부동산은 건설경기 침체로 제값을 받고 팔 수 없는 형편이다. LH는 획기적으로 부채를 줄이지 않으면 파산 위기로까지 몰릴 수 있다. LH는 다급해진 나머지 올 한 해 동안 토지 주택 등 보유 자산 30조 원어치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토지나 주택을 찾아내 본사 및 지방 사옥 10개와 함께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팔 경우 헐값 매각으로 인한 손실이 우려된다.

지난 정부의 잘못을 보며 현 정부도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한다. 전체 예산 중에서 경직성 복지 예산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4대강 개발 사업으로 수자원공사의 부채가 늘어나게 돼 있다. 한국전력 도로공사 가스공사 철도시설공단 철도공사 등 5대 공기업의 부채도 20조 원이 넘는다. 씀씀이를 대폭 줄여 빚을 갚아야 미래의 재앙을 막을 수 있다.

표와 인기를 노리고 벌이는 선심성 국책사업은 후임 정권에 두고두고 짐이 된다. 공기업뿐 아니라 정부 재정도 마찬가지다. 조세연구원은 “한국의 재정악화 속도가 유럽연합(EU)보다 빨라 2050년 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116%에 육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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