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중학교 교과서가 바뀐다.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가 일선학교에 보급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일선 학교는 지난해 9월 교과서 선정을 마쳤다.
교육과정이 바뀌면 교사들이 총론, 해설서를 비롯해 교과별 교육과정을 두루 파악해야 제대로 수업을 할 수 있다. 이때 도움이 되는 기초 자료가 교사용 지도서다. 여기에는 교사들이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집필자의 의도 등 해당 과목 수업에 필요한 내용을 담는다.
‘2007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펴낸 교과서는 종류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중학교는 교과서 종류가 321개, 고등학교는 157개다. 이웃 학교끼리 교과서가 서로 다를 확률이 그만큼 커졌다. 거꾸로 같은 교과서를 선택한 이웃 학교 교사끼리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는 줄었다. 역시 교사용 지도서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현재 중고교 교사들은 교사용 지도서를 가지고 수업 준비를 할 수 없다. 교사용 지도서는 새 학기가 시작된 이후에나 학교에 보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2007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한 영어 수학의 교사용 지도서도 3월 중순에야 나왔다.
교사용 지도서 보급이 늦어지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인증 심사가 제때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교과서 출판사와 집필진에서 완성한 교사용 지도서를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이유로 학기 전 보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한 일선 학교 교사는 “심사를 통과한 뒤에도 책을 인쇄하는 데 시간이 걸려 책을 늦게 받아 보게 된다”며 “PDF파일이나 전자책으로 보급해달라고 교과부에 건의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물론 교사용 지도서가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교사용 지도서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건 교사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라며 “학생이 참고서 없어서 공부 못한다고 핑계 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교과서로 수업을 준비하려면 ‘참고’가 되는 주요 자료이기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교사용 지도서를 만드는 게 아닐까. 없어도 상관없으니까 늦게 줘도 괜찮다는 건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다. 교사들이 ‘교과서’와 ‘참고서’(교사용 지도서)를 활용해 더 나은 수업 준비를 할 수 있다면 당연히 교사용 지도서 보급 시기를 학기 시작 전으로 앞당길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학생들이 즐겁고 알찬 수업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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