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가 개발에 참여한 ‘라세티 프리미어’가 내년 하반기 GM의 미국 공장에서 생산돼 현지 판매된다. GM대우가 주도적으로 만든 글로벌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도 한국 외에 GM의 다른 해외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GM대우로서는 국내 공장 생산을 늘릴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GM이 지난달 단독으로 GM대우에 증자해 지분을 50.9%에서 70.1%로 높인 것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간섭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산은이 GM대우 유상증자 참여와 추가대출 요청을 받고 ‘GM대우 개발차량에 대한 기술사용권과 생산물량 보장, 공동경영참여’를 요구하자 GM은 이를 거부했다. 업계의 예상대로 GM이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경소형차 부문을 키울 경우 GM대우의 위상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프리츠 헨더슨 GM 회장은 ‘중국 주력전략’을 내놓았는데, 110만 대인 중국GM의 생산능력을 2∼3년 내에 220만 대 이상으로 늘리고 수출도 맡긴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GM대우에서도 쌍용차 사태 같은 게 발생한다면 큰일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중 비중이 11.1%로 높다. 성장률이 하락세이지만 다른 산업보다는 높아 전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다. 연산 20만 대 규모의 쌍용차 사태로도 부품업체들이 위태로웠는데 연산 200만 대 규모의 GM대우가 순항하지 못한다면 협력업체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와 금융계 및 관련업계가 몇 년 내 GM이 글로벌전략에 따라 GM대우에서 철수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독일 자회사인 오펠을 매각하겠다던 약속을 뒤집은 GM이다.
세계 자동차산업은 경기침체, 고유가, 환경규제 강화로 험난한 구조개편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자동차의 전자기술 비중이 커지고 전기자동차 개발 경쟁이 치열한 점을 감안하면 언젠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내 전기전자업체가 GM대우를 인수해 생산라인을 미래형으로 개편하고 현대·기아자동차와 선의의 경쟁을 해가는 구도도 그려볼 수 있다.
앞으로 GM대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해외자본의 ‘먹튀’ 논란이나 외자(外資)에 대한 차별시비가 재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자본의 합법적인 인수합병(M&A)이 쌍용차의 경우처럼 나쁜 결과를 거듭 낳는다면 우리 산업에 타격이 커지는 동시에 반(反)외자 정서가 증폭해 한국경제에 이중으로 악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