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다. 이날은 1905년 우리나라가 일본에 강제로 외교권을 박탈당했던 을사늑약(乙巳勒約)이 체결된 치욕의 날이기도 하다. 일찍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39년 망국 조약인 을사늑약이 체결되던 이날을 ‘순국선열의 날’로 정했다. 망국의 치욕을 잊지 않고 순국선열의 희생 의미를 되새기며 조국 광복의 의지를 다지려는 큰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하는 ‘순국선열의 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거 우리 민족이 국권을 빼앗기고 일제의 무단통치에 신음할 때 수많은 선열이 국내외 광범위한 지역에서 다각적인 방략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의병투쟁을 효시로 3·1독립운동 임시정부활동 의열투쟁 무장투쟁 문화투쟁 외교활동 등 끊임없이 투쟁하다가 전쟁터에서 또는 사형장에서 순국했다. 선열의 순국정신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정신이며, 민족혼으로 승화돼 우리를 지켜낸 원동력이 됐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적,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하고 국제적인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 한다. 무엇보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사회 통합을 이뤄야 하며 민족의 위대한 저력을 되살려 대한민국의 품격을 드높이고 세계에 앞서가는 선진일류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선열이 이루려던 조국의 진정한 자주독립, 그리고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의 꿈을 이루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후손의 책무이기도 하다.
보훈정책 역시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한다. 국가 품격을 높이기 위한 과제를 꾸준히 찾아 펴나감으로써 국운 융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기 자신과 가문의 모든 것을 던졌던 숭고한 정신을 적극 알려야 한다. 순국선열의 희생을 알지 못하는 민족은 발전하기 어렵다.
보훈처는 내년에 맞을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유엔 참전국과의 미래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나라로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려고 한다. 한국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알림으로써 참전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국제사회이지만 6·25전쟁 참전국과 한국의 관계는 시대를 초월한 사이임을 알리는 일은 중요하다.
2010년에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기념일이 여러 개 있다.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비롯해 4·19혁명 50주년, 5·18민주화운동 30주년, 국권피탈(경술국치) 100주년, 청산리대첩 90주년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기념행사를 계기로 국민과 함께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고 순국선열의 뜻을 계승하여 국가 선진화의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
그리고 국가발전의 주역이 될 청소년의 독립·호국정신 함양을 위한 체험교육과 국민통합을 위한 국가정체성 교육을 확대해 나가는 데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이 역사의 교훈을 모른다면, 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모른다면 국가의 기상이 뻗어가기 힘들 것이다. 온갖 고난과 고통을 감내하며 독립운동을 했던, 공산주의와 맞서 전쟁에 참여했던 선열을 기억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으면 좋겠다.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이 더 큰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면서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고 새로운 세계사를 써나가도록 우리 모두 자랑스러운 오늘을 있게 만든 선열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겠다. 100여 년 전 우리는 을사늑약의 체결로 외교권조차 행사할 수 없었으며,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입장도 못 했던 나라였다. 하지만 많은 선열의 희생 덕분에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하는 등 세계무대에서 당당한 주역으로 인정받게 됐다.
오늘날 우리가 번영된 땅에서 복된 삶을 살지만 대한민국이 존립하기까지는 이국의 황량한 들판이나 조국에서 항일 독립투쟁을 전개하다 순국하신 선열의 희생이 있었음을 생각해야 한다. 뿌리 없는 나무는 없다. 수원(水源)이 없는 강이나 바다는 없다. 선열이 있었기에 후손인 우리가 있음을 감사히 여기자. 선열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자리 잡았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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