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에 건설 중인 스테이트월셔CC는 인허가를 받는 데 3년이나 걸렸다. 내년 하반기에 개장 예정인 이 골프장은 2004년 5월 용지 매입을 마치고 2007년 5월 사업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저질러진 비리 실태가 요지경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스테이트월셔 공경식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배임) 혐의로 어제 구속 기소했다. 용지 매입 계약서를 허위 작성해 비자금 84억 원을 만든 뒤 34억 원을 개인 용도로 쓰고 회사에 30억 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다.
한나라당 전략기획본부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공 씨는 같은 당 서울시당(市黨)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 관여했다. 수사의 진전에 따라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상당수 정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걸려들 가능성도 있다. 공 씨의 뇌물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되는 것은 인허가 과정이다. 용지 확보를 위한 토지 및 건축물 강제수용 단계부터 최종 건설허가를 얻기까지 3년이 소요되고 온갖 비리가 판을 쳤다. 수백억 원을 투입하는 골프장 인허가가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릴진대 수천억∼수조 원짜리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 대기업들의 경우는 오죽하려나 싶다. 인허가 단계마다 중앙과 지방의 행정 및 금융 권력이 곳곳에서 손을 벌린 사실이 이번 수사에서도 드러났다.
인허가 당시 안성시 의회 의장이던 김모 씨는 안성시 공무원과 시의원을 소개해 주고 힘 써준 대가로 수억 원을 챙긴 혐의가 짙다. 환경부 공무원들은 환경영향평가의 편의를 봐주고, 현직 의원들은 담당 관청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채무비율이 높은 회사가 9개 금융기관에서 2900억 원을 대출받은 과정도 의문이다. 10억 원을 받은 지급보증 회사 팀장만이 아닐 것이다.
스테이트월셔CC 인허가 과정에서 춤을 춘 비리가 다른 골프장, 다른 사업장에도 손을 뻗치고 있을 것이다. 사업 인허가를 얻어내는 데 장기간 매달려 있어야 하고 뇌물용 비자금을 조성해 요로에 뿌려야 하는 현실을 바로잡을 획기적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