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태훈]‘콩밥-푸세식’ 교도소는 옛말 됐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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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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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밥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하지만 ‘콩밥’이란 어감이 부정적인 것은 콩밥이 교도소를 상징하는 말로 여전히 통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교도소 간다”는 뜻으로 “콩밥 먹는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그런데 요즘 교도소에서는 콩밥이 나오지 않는다. 현재 수형자들은 콩밥 대신에 쌀과 보리를 9 대 1 비율로 섞어 지은 밥을 먹고 있다. 1985년까지는 쌀과 보리, 콩을 3 대 5 대 2의 비율로 섞은 콩밥이 나왔지만 콩밥이 교도소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 등으로 1986년부터는 콩밥이 교도소 식단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교도소가 크게 변모한 것은 화장실에서도 알 수 있다. 일반인들은 교도소에 가면 대소변 냄새가 나는 방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푸세식’ 화장실이 수형자들이 생활하는 방에 있어서 사철 불쾌한 냄새를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상은 크게 달랐다. 현재 전국의 교도소 화장실은 모두 수세식으로 바뀌었고, 2006년부터는 장애인과 여성 수형자를 위해 좌변기가 설치될 정도로 시설 환경이 깔끔하게 변했다.

과거 소득수준이 낮고 권위주의 정부가 통치를 할 때는 교도소의 환경도 열악했던 게 사실이다. 화장실 냄새를 줄이기 위해 방 안의 ‘푸세식’ 화장실 구멍을 장독으로 막아놓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경제발전과 정부의 노력으로 교도소는 시설과 처우 면에서 크게 개선됐다. 법무부는 28일 제64주년 ‘교정의 날’을 앞두고 교도소의 환골탈태한 겉모습을 정책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올렸다. 흉악범들에게 인성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모범수에게는 외국어 전문교육도 받게 해준다는 내용 등 ‘어둡고 딱딱함’에서 ‘밝고 유연함’으로 거듭나고 있는 교도소를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의 정책홍보를 접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콩밥이 오래전에 식단에서 빠지고 냄새나는 화장실도 이제는 없지만 교정행정의 오랜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불투명성’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교도소는 하늘 높이 뻗은 담벼락만큼이나 외부와 철저히 격리돼 있다. 그러다 보니 수형자와 교도관 사이에, 수형자들 사이에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이 벌어져도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돈 많은 수형자들은 교도소 안에서도 못 구하는 물건이 없다는 말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내년 ‘교정의 날’에는 겉모습뿐 아니라 ‘속’까지 확 달라진 교정행정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태훈 사회부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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