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좌파 명망가들, 차라리 정치를 직접 해보라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이른바 진보적 성향의 시민사회단체에 소속된 유명 인사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치활동을 목표로 ‘희망과 대안’이라는 모임을 결성할 모양이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단체 간의 소통 역할, 민주주의의 균형 회복과 함께 좋은 정치세력을 형성하겠다는 목적을 제시했다. 학계 종교계 인사를 포함해 참여 인사가 100여 명에 이른다. 박원순, 백낙청 씨 등 쟁쟁한 명망가들이다.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다지만 시민사회단체의 핵심인사들이어서 이들 단체의 본격적인 정치 개입이라 할 만하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방선거에서 좋은 일꾼들이 당선되도록 발굴 추천하고 민주진보 세력에 선거연합을 권하는 역할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000년 16대 총선 때 재미를 본 낙천낙선 운동의 추억을 되살려 이번엔 자신들이 원하는 인사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선거에 간여하고, 잘되면 정치세력화까지 도모하겠다는 의도 같다.

최근 1, 2년 사이 각종 조사를 보면 여론 주도층이건 보통 국민이건 한결같이 시민사회단체의 신뢰 위기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신뢰 추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도를 넘어선 정치화(化)와 정파적 이념적 편향성이다. 그 결정적 계기가 됐던 것이 2000년의 낙천낙선 운동이다. 당시 412개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총선시민연대가 낙선 대상자로 지목한 86명 중 59명이 떨어졌다. 대법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했지만 2004년 17대 총선 때도 이 운동은 이어졌다.

시민사회단체는 2002년 대선 땐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추모 촛불집회를 벌여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시민사회단체 출신들은 대거 정부와 청와대 요직에 진출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시민사회단체는 거의 모든 반정부 집회와 시위를 주도하다시피 했다. 공익성과 공공성을 중시해야 할 시민사회단체가 불법과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 휘말림으로써 신뢰 추락을 자초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시민사회단체가 정치에 직접 간접으로 간여한 건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시민사회단체 명망가들이 정녕 정치활동을 하고 싶다면 주변에서 변죽을 울릴 게 아니라 차라리 정치판에 직접 뛰어들어 국민의 심판을 받아보는 게 떳떳할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시민사회단체의 탈부터 벗어버려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의 간판을 걸고 이념이 같은 특정 정파를 위해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하는 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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