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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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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은 가정에서 출발하고 학교로 이어진다. 아쉽게도 가정이나 학교에서 진로교육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입시 위주의 교육에 발목이 잡혀 학생이든 학부모든 좋은 대학에만 가면 어떻게든 좋은 직장을 얻어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자신의 적성은 무엇이며 장차 어떤 학과를 지망할지 질문을 던져 보면 70% 정도의 학생은 머뭇거리며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점수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며 굳이 적성을 염두에 두고 학과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즉, 장래에 대한 확실한 목표의식보다 그저 높은 점수를 얻는 데만 관심이 있다. 점수에 맞춰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한 학생이 뒤늦게 적성이 맞지 않아 재수를 하거나 편입 시험에 매달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사실 진로교육의 모태는 가정이다. 그렇지만 많은 부모는 아이의 적성이나 소질보다는 공부를 잘하는 데 절대적인 가치를 둔다. 문제는 모든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 자식만큼은 공부를 잘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심리에 있다. 부모의 기준으로 자식의 장래를 재단하면 아이의 재능은 싹도 트기 전에 짓밟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고 이를 발견해 동기 부여를 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목표가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부모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그러면 얼마든지 합일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미성숙한 존재의 사회화 과정을 돕는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경숙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1258개 일반계 고등학교 가운데 847개교만이 진로와 직업 과목을 선택했다. 과목을 개설한 학교들도 교과서를 구입하고 수업시간까지 확보했으나 정작 가르칠 교사가 없어 다른 교과를 맡은 교사가 담당하는 등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사교육 열풍은 해묵은 숙제이지만 실은 진로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대학 진학에만 매달리는 상황이라면 어떤 교육 정책도 사교육 열풍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최진규 충남 서산시 서령고 교사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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