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마당]서울 자치구 ‘지방세 50% 공동세’ 도입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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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자치구가 거둬들이는 재산세의 절반을 공동세로 조성해 골고루 나눠서 재정불균형을 완화하자’는 취지의 ‘지방세 50% 공동세’ 안을 둘러싸고 서울 자치구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수혜를 받는 자치구들은 형평과 균형의 원칙을 주장하는 반면, 강남 서초 송파 중구 등은 “자주적 재원 삭감에 따른 지방자치제 후퇴와 지역발전 저해를 초래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의견을 들어 본다.》

▼찬 - 자치구 간 재정 불균형 해소해야▼

서울 자치구 간 재정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 논의되는 재산세 공동세안에 대해 세수 규모가 작은 자치구와 세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자치구 간에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자치구는 적어도 재산세의 50%를 공동세 재원으로 하여 25개 자치구에 균등하게 배분해야 지역 간 세수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강남구, 서초구 등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자치구에서는 재산세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징수하는 것이며, 재산세를 다른 자치구에 제공하는 방안은 조세정의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오히려 지방세제 개편을 통해 근본적인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재산세의 세수 규모가 큰 자치구를 보자. 세수 규모가 큰 원인이 당해 지자체의 행정서비스에 의해서 발생하는 측면보다는 과거에 서울시가 행한 집중적인 개발과 투자의 산물로 나타난 측면이 더욱 크다. 서울시 차원에서 이루어진 도시 계획과 개발 계획에 의해 강남 지역의 도시기반시설이 갖추어졌고, 재산가치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 교육 여건도 강북 지역의 명문고를 이전시켜서 수준이 높아진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재산세 중 비주거용의 경우 당해 기초자치단체의 행정서비스보다는 광역 행정서비스와의 연계성이 높기 때문에 자치구 간 재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공동세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지난 5년간 재산세 신장률을 보면 강남구 12%, 서초구 15%에 비해 가장 세수가 적은 강북구는 6%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현행 재산세 제도를 유지할 경우 자치구 간 재정불균형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자치구 간 재정불균형 해소를 위해 논의되는 세목 교환 방안은 시세인 자동차세, 주행세 및 담세소비세와 구세인 재산세를 교환하자는 내용이다. 이 방안은 오히려 자치구의 자주 재정력을 약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재산세와 3개 시세의 신장성을 비교할 때 2007년 이후 재산세 증가율이 월등해 3개 시세 규모를 추월하게 됨으로써 장기적으로 자치구 세수 감소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날로 심화되는 자치구 간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25개 자치구가 재정적 측면에서 공동협력 체계를 이루어 가야 한다. 재정 여건이 열악해 도시기반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자치구에 대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어 재정력이 더 나은 자치구가 앞장서서 재원을 공동 활용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됐다.

서울시에서도 공동세 도입에 따라 세입이 감소되는 일부 자치구의 재정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재정 보전 대책을 시행함으로써 시와 25개 자치구가 공동으로 서울시 발전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정부도 그동안 많은 논의가 이뤄진 지방소비세 도입 등 지방세 확충을 통해서 지자체 재정 구조의 중앙의존성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원장

▼반 - 공동분배해도 재정자립에 역부족▼

국회와 행정자치부는 ‘자치구 간 재정격차 완화를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세목교환, 공동세)을 추진 중이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안이 공동세다. 서울 자치구의 재산세 50%를 갹출해 공동 분배하는 내용이 골자다.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모처럼 싹튼 지방자치의 후퇴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의 고유세목인 재산세원의 절반을 공동 세원화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자주재원을 대폭 삭감할 우려가 있다.

새로운 법안의 효과와 실질적 혜택의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자립도가 높은 강남, 서초구 등 6개 구청에서 1700억 원을 거둬들인다고 해도 나머지 19개 구에 공동분배하면 한 구에 돌아가는 돈은 1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혜택을 받는 자치구가 재정완화를 실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자립도가 높은 자치구는 휘청거리고 자립도가 낮은 자치구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자치구의 재정자립도는 하향 평준화되고 서울시에 대한 예속도만 높아진다. 모든 지역 주민이 최소한의 공공서비스를 갖도록 보장하는 정책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방안도 이 못지않게 강조해야 한다.

다음은 서울시와 지방 간 형평성의 문제이다. 25개 구청 간에 크게는 15 대 1 정도로 재정격차가 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국적 관점에서 보면 서울 자치구 간 재정격차는 다른 지역의 사정에 비해 심각하게 열악하지 않다. 만일 평등분배의 사고에 입각해 재정이 서울시보다 빈약한 광역자치단체에서 서울시를 상대로 공동세를 요구할 때 무슨 논리로 대응할 것인가. 교차보조에 의한 획일적 균등화를 서둘러 도모하는 방안은 건강한 지방자치행정의 발전이란 기본정신을 훼손시킨다.

행정책임과 배분구조도 문제다. 자치구 간 불균형은 고만고만한 자치구끼리 누구 것을 가져다 나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자치구 간 재정격차는 부자 구의 희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국가와 광역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책임을 지고 모자라는 나머지 부분을 자치구가 보전하는 안이 합리적이다.

지방세법 개정에 앞서 지방자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국세와 지방세, 서울시세와 자치구세의 세원 배분 구조를 재검토해 기초자치단체의 재원을 충실히 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강남북 간 균형발전과 재정불균형의 완화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운명이 걸린 지방세법을 개정하면서 주민공청회 한번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국회에서 결정한다면 문제가 있다. 이해 당사자인 주민의 여론 수렴절차와 난상토론을 거쳐 부담비율, 시행시기 방법을 심사숙고해 결정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하향평준화 정책을 그만두고 시민 합의를 도출하자. 명분의 깃발을 내리고 실질적 지방자치 발전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토의하자.

신무식 서울 강남구 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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