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페터 윙클러]10년만에 다시 찾은 한국

  • 입력 2006년 9월 1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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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 다시 주한 독일대사관 근무 발령을 받고 나는 마치 꿈이 이루어진 것만 같았다.

이미 14년 전 한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 친숙한 데다 8년 전에는 지금의 아내인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한국은 나에게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1992년 처음 김포공항에 내렸을 때 한국은 너무나 낯선 나라였다. 자동차로 꽉 막힌 도로의 끝없는 교통체증, 도시를 덮은 잿빛 스모그, 도무지 알 수 없는 수많은 한국어 간판. 나는 처음에는 안경점과 은행도 구별할 수 없었고, 젓갈이 듬뿍 들어간 배추김치나 마늘도 입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내 눈을 가리고 있던 장막은 한 꺼풀씩 벗겨져 나갔다. 스님에게 다도를 배우고 한국 친구들과 함께 사우나와 호프집을 다니면서 서서히 한국인들의 생활 및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적응하는 데 인내심도 필요했다.

장인은 딸을 외국인에게 시집보낼 생각은 꿈에도 못 하던 분이었다. 그래서 처가 식구들의 결혼 허락과 축복을 얻기 위해 아프리카 콩고로 근무지를 옮긴 후에도 세 번씩이나 한국에 와야 했다.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서울은 아시아 어느 도시 못지않게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거리에서 만나는 젊은이들 중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도 늘었다.

연인들은 청계천을 따라 데이트를 즐기고 한강을 따라서 자전거길이 생겼으며 도시 곳곳에 푸른 녹지도 많아졌다. 청계천 복원은 생각조차 못 한 일이었다.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것이 바로 한국인의 친절함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인 것 같다.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이며 쾌활하게 삶을 즐기는 분위기도 높아졌다. 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과 올해 독일 월드컵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외교관인 나는 앞으로 한국과 독일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양국 간에는 경제 못지않게 학술 및 문화 방면의 교류가 활발하다. 한국은 작년 독일에서 ‘한국의 해’ 행사를 훌륭히 마쳤다.

한국의 영화와 문학은 독일에서도 사랑받고 있다. 김기덕 감독은 ‘사마리아’로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다.

지난 월드컵을 통해 독일이 더 널리 알려졌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독일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국 도시 간 자매결연이나 청소년 및 대학생 교류 등도 늘었으면 좋겠다.

현재 독일에는 약 5000명의 한국 대학생이 다양한 전공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독일의 대학 강의 상당수는 영어로 진행된다. 독일 대학은 산학 연구 네트워크가 매우 잘 발달되어 있다.

제2의 고향 같은 한국에서 일하게 돼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저런 하고 싶은 일이 많아 가슴이 설렌다. 오늘은 이 정도로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한국인들에게 인사드리고 앞으로 좀 더 자주 현장에서 만나뵙기를 기대한다.

페터 윙클러 주한 독일대사관 문화공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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