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함께 목욕하는 울진 삼당분교 어린이들

  • 입력 2001년 10월 7일 19시 16분


“선생님과 함께 하는 목욕이 참 좋아요.”

전교생이래야 19명뿐인 경북 울진군 북면 하당리 부구초등학교 삼당분교 어린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소풍이나 운동회가 아니다. 올 3월 시작한, 한 달에 한번씩 선생님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는 일이 제일 즐겁다.

서너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그때까지 목욕탕에서 목욕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이들에게 ‘목욕선물’이 생긴 것은 지난해 이 학교로 전근해온 도영진(都永鎭·37) 교사 등 선생님 3명의 따뜻한 관심 덕분이었다. 이들이 가는 목욕탕은 학교에서 4㎞가량 떨어진 덕구온천.

매월 중하순경 토요일 오전에 교사들은 자신들의 승용차 3대에 어린이들을 나눠 태우고 목욕탕으로 향한다. 남학생 12명은 도 교사와 이기철 교사(30)가, 여학생 7명은 김영남 교사(39·여)가 맡는다. 덕구온천에서 교사와 어린이들이 서로 등을 밀어주는 모습을 보았다는 주민 정모씨(46)는 “너무 다정하게 보여 부자지간인줄 알았는데 선생님과 학생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도 교사는 “가을과 겨울에는 한 달에 두 번씩은 목욕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아주 좋아해 최대한 자주 목욕을 시켜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4학년 윤강현군(11)은 “선생님께서 몸 여기저기를 깨끗하게 씻어 줘 기분이 좋다”며 “목욕 가는 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울진〓이권효기자>sapi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